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7.14 14:18 수정 : 2005.07.15 17:01

한나라당 운영위원회의 7월 14일 오전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에서 박근혜대표가 당직자들의 보고를 경청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당 중앙위·정발위·사무처 등 “우리를 배려하라” 반발

한나라당이 ‘차떼기당’, ‘수구꼴통당’, ‘보수기득권당’ 등 낡은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당 혁신안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당 구성원들의 조직적인 반발이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지금까지 한나라당 혁신안과 관련해 당권대권의 분리 시기, 책임당원제 도입 등 주로 다음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 당 안팎의 논란을 불렀다. 그러나, 13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혁신안 공청회’를 계기로 중앙위원회와 당의 살림을 담당하는 사무처 직원 등이 혁신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당 중앙위원회는 직능단체에 대한 당 지지도 확산과 직능인의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로 정형근 의원이 의장을 맡고 있다. 당 사무처 직원들은 한나라당이 삶의 터전인 직장인들이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한다면 당 혁신안은 또 다시 좌초될 수도 있다.

중앙위원회는 혁신안에 따른 새로운 당 지도체제에 중앙위 의장을 최고위원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사무처 직원들은 사무처 규정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에 뜻을 모았다고 혁신위쪽을 압박했다.

당권대권분리 등 합의점 없는 갑론을박

13일 열린 한나라당 혁신안 공청회에서는 당 혁신위원회 대표로 참여한 홍준표 의원과 박형준 의원 등이 토론자들과 당권대권분리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혁신위 박형준 의원은 “개혁보수정당과 공동체 자유주의를 이념적 기치로 한나라당이 취약하다고 지적 받는 통일정책과 경제복지정책을 새롭게 정립하는 데 정강정책 혁신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당 조직의 혁신 방안과 관련해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도입 △‘1총장 2본부장제’의 당무집행기구 도입 △뇌물사건 등 부정부패에 연루된 의원은 기소 즉시 출당 △책임당원제 도입 △대통령 선거 1년6개월 이전부터 당권과 대권의 분리 등을 제시했다.


이같은 혁신안에 대해 토론자들은 전향적인 대북정책과 분배·형평을 강조한 경제정책 등을 담은 정강·정책 혁신안에 대해선 “당의 부정적 인상을 벗고 시대 변화를 반영한 적절한 변화”라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혁신안이 특정인 배려 아니냐”↔“불쾌하고 유감” 감정싸움

한나라당이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당 혁신을 위한 공청회’에서 김덕룡 전 원내대표, 김무성 사무총장, 홍준표 혁신위원장(오른쪽부터) 등이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그러나, 당권대권분리와 집단지도체제, 책임당원제 등에 대해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혁신위쪽을 맹공격했다.

토론자로 나선 엄호성 의원은 “대선 1년6개월 전부터 대권주자들의 당무 참여 기회를 사실상 박탈하는 것은 대권주자들을 당의 핵심적 의사결정 체계 밖에서 겉도는 ‘인공위성’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당권·대권 분리시점을 개정 선거법상 대선 예비후보자 등록 시점인 대선 300일 전(2007년 2월)으로 조정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영하 당 정치발전위원회 위원도 당권대권분리에 대해 “우리가 팔아야 할 상품을 창고에 넣어두고 팔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대선 주자가 아닌) 관리형 인물이 당 대표가 되면 당이 공동화돼 대선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혁신안이) 유력주자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홍준표 의원은 “대통령 후보가 조기에 확정이 되면 흔들기에 상처를 받을 수 있다”며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는 안갯속에 있다가 2007년 7월에 확정돼야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당 공동화 우려에 대해서 “대권 주자들은 상임고문으로 임명해 당내 모든 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했다”며 “모든 언론의 초점은 대권 주자들에게 몰리게 돼 있으므로 ‘인공위성’이나 ‘당 공동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혁신안이 유력주자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유 위원의 주장에 대해 “불쾌하고 유감스럽다. 그런 이야기는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앙위원 “혁신안에 울분을 금할 수 없다”
“중앙위원회 의장을 최고위원회에 포함시켜라”

이처럼 토론자와 혁신위쪽이 당권대권분리, 당조직개편을 놓고 지루한 갑론을박을 3시간째 반복하는 동안 방청석에선 짜증섞인 목소리들이 튀어 나왔다.

“당원들 이야기도 좀 들어라.우리에게도 마이크를 달라.”, “평당원 이야기도 좀 들어봐라. 그러려면 뭐하러 (공청회) 하냐? ”, “자기들끼리 갑론을박하면 우리는 뭐하러 왔느냐? 그만해라.”

이같은 불만 섞인 발언이 이곳저곳에서 이어지면서 사회자를 맡은 이재창 의원이 마이크를 방청석에 넘겼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조중균 중앙위원회 지도위원은 “우리 중앙위원들은 20여년 당에 몸 담으면서 각종 선거 때는 물론 당에 돈이 없을 때 전국에서 구름같이 모여 당을 위기에서 구한 충실한 당원들”이라며 “당 혁신위가 만들어지면서 당헌당규상 중앙위원회의 위상을 높이라는 건의문을 올렸는데 기존 당헌보다 휠씬 추락한 혁신안을 보면서 울분을 금할 길 없다”고 토로했다.

조 위원은 “1만2000여명이 넘는 직능 대표인 중앙위원회 의장이 최고위원회에서 배제되는 것은 유감”이라며 “모든 중앙위원이 만족하지 못해도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는 당 혁신위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준동 중앙위원회 해양수산분과위원장도 “지금의 시대적 트랜드는 포퓰리즘과 아마추어주의에서 경륜과 실용주의로 가고 있다”며 “이런 시대적 화두를 읽어내지 못하니 혁신위 안이 공허하게 들린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중앙위원 50여명이 조직적으로 참석했으며 이들은 토론이 끝난 뒤 10여명이 질문을 신청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한 의원 보좌관은 “혁신위가 당 조직의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당 기구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중앙위원들이 섭섭함을 느낀 것 같다”며 “그러나 아무런 활동도 없이 그저 ‘명함’만 유지하려는 것은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처 규정 현행유지, 사무총장 권한 축소 안된다”
“정발위원들도 의견개진할 통로가 있어야 ”

중앙당 사무처를 대표해 김창남씨는 “혁신위 안에 대해 중앙당 실국별로 모여 사무처의 입장을 정리했다”며 “사무처 규정은 현행대로 유지해야 하고 사무총장의 권한 약화도 안된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당 기구를 ‘1총장 2본부장제’로 개편하고, 원내 정당화 방침에 따라 당 사무총장의 권한을 줄이려는 것에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신용수 당 정치발전위원회 위원도 “정치발전위원회는 존치해야 한다”며 “우리는 20~30년 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당을 지켜왔으니 의견을 낼 통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중앙위원과 사무처 직원들의 성토가 이어지자 “나중에 당규를 고칠 때 중앙위원들의 지적을 전폭적으로 반영하겠고 사무처 직원들의 의견도 존중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홍 의원은 “과거에도 중앙위 의장이 당연직 최고위원을 한 전례가 없고, 정발위원은 임명만 하고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었다”고 일축했다. 중앙위원과 정발위원들의 주장을 전폭적으로 수용할 뜻이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새 사람들에 길 열어주려면 희생하는 아량 베풀어야”
“자기 사람 못챙기는 당이 어떻게 수권정당 될 수 있나”

토론자로 나선 김용호 인하대 교수는 “당을 혁신하려면 당내 기득권 세력들이 희생과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가 19년 보수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당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노조 출신 노동당원들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새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집권할 수 있었다. (새 혁신안에서) 중앙위원이나 사무처 직원, 정발위원 등의 희생이 누구보다 크겠지만 당의 장래를 기약한다면 희생정신을 발휘해 새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

이 교수의 충고에도 한 중앙위원이 또 다시 마이크를 잡았고, 그의 발언을 끝으로 ‘한나라당 혁신안 공청회’는 끝을 맺었다.

“노무현이 다 잘못해도 딱 한가지 존경할 만한 것이 있다. 노무현은 자기 사람 잘 챙긴다. 자기 사람도 챙기지 못하는 당이 어떻게 수권정당이 될 수 있느냐.”

이날 공청회에서 혁신위는 당권-대권 분리 등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오히려 당내 기득권 세력의 조직적 반발이라는 ‘혹’을 하나 더 달았다. 한나라당 혁신안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