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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30 19:27 수정 : 2005.06.30 19:27

문희상 의장(오른쪽에서 세번째)과 정세균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광웅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방안 등을 의논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jijae@hani.co.kr


방위사업청 신설안 통과까지 정회…설전…정회
정작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은 ‘꿔다놓은 보릿자루’

6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날인 30일은, 예상대로 순탄하게 지나가지 않았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본격적으로 다루기도 전에, 방위사업청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수정안의 처리를 놓고 종일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대책을 논의한다며 5시간 넘게 의원총회를 열었고, 어렵게 재개된 본회의는 실랑이와 정회를 거듭하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한나라당이 발의한 윤 장관 해임건의안을 놓고 여야가 일전을 불사할 것이라던 예상은 본회의 초반에 빗나갔다. 오후 2시 조금 넘어 열린 국회 본회의는 39번째 안건인 해임건의안에 훨씬 못미쳐 제동이 걸렸다. 9번째 안건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상정을 앞둔 오후 3시15분께 한나라당이 방위사업청의 신설을 내용으로 한 수정안에 대한 대책 논의를 이유로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정회를 요청한 것이다. 이때부터 한나라당은 의원총회에 이어 중진 연석회의까지 열어가며 본회의장을 비웠다.

한나라당 의총에선 정부조직법 수정안을 성토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의총이 계속되고 있던 오후 5시께,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실에서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만나 “상임위에서 처리돼 넘어온 내용과 전혀 상관 없는 내용을 본회의에 가져와서 처리하자고 하는 것을 ‘수정안’으로 볼 수 있겠느냐”며 수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합리적이지 않은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열린우리당은 “소관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에서 표결에 참여하지도 않은 한나라당이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며 반박했다. 오영식 공보부대표는 “우리가 행자위에서 단독 처리했을 때는 방위사업청이 들어 있지 않았지만, 이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 중인 상태에서 열린 대표회담에서는 ‘표결처리’에 합의한 만큼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과 법안의 ‘내용’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 표결처리라는 ‘절차’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본회의는 한나라당 의총이 끝난 저녁 8시35분께 속개됐으나, 곧이어 실랑이가 벌어지고, 정회와 개회가 거듭됐다. 김원기 의장이 수정안을 상정하자 강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이 뛰쳐나와 단상을 에워쌌고, 곧이어 거친 설전이 오간 끝에 다시 정회에 들어갔다.


수정안은 결국 밤 9시50분께 표결에 부쳐졌으며,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렇게 ‘제2 전선’에서 불꽃이 튀면서, 관심의 초점이었던 윤 국방 해임건의안은 자꾸 뒤로 밀려났다. 본회의장 바깥에선 “정부조직법 처리가 늦어져 해임건의안 등 다른 법안의 처리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30일이 임시국회 마지막날이어서 밤 12시까지 처리되지 못한 안건들은 ‘없던 일’이 되기 때문이다.강희철 황준범 기자 hckang@hani.co.kr


과반붕괴 여당 ‘선별공조’ 돌파구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과의 선별공조를 통해 ‘여소야대’ 국면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

열린우리당은 30일 한나라당의 윤광웅 국방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민주노동당과 협력해 ‘돌파’하는 새로운 정국운용 기조를 보였다. 한나라당이 반대해온 방위사업청 신설도 민주노동당과 함께 밀어붙였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정국 주도 능력을 보여준 셈이다. 당내에선 여세를 몰아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민주노동당의 협조를 얻어 처리하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열린우리당의 이런 움직임은 4·30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잃어버린 정국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고심’의 결과물로 보인다. 문희상 의장은 30일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이 여소야대가 됐다고 그동안 못하던 것을 기고만장하게 하려고 한다”며 “(해임건의안이 처리되면) 우리는 손을 놓아야 하며 여당의 존재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쪽은 여당과 공조해 방위사업청 신설을 주도했다는 명분을 얻는 동시에,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결정권(캐스팅보트)을 행사함으로써 당의 영향력도 과시하게 됐다. 천영세 의원단 대표는 “우리는 어느 정당하고도 사안별로 정책적 공조를 해왔다”며 “앞으로도 이런 의정활동 방식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사안별 공조가 위력을 발휘하면, ‘여소야대’ 정치지형에도 일정한 변화가 예상된다. 열린우리당 핵심 당직자는 “과반 의석 붕괴 이후 여권이 무기력에 빠졌으나, 민주노동당과의 사안별 공조가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그대로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지속적인 ‘밀월관계’를 장담하기 어렵다. 당장 비정규직 법안을 놓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대립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팔짱을 낀 채 구경만 할 리 없다. 박근혜 대표가 앞장서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날선 공세를 펴는 등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빅딜설’을 제기하며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틈새 벌리기에 나서는 등 여당의 힘을 약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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