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현 헌법재판관 후보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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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척’이란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특정한 사건의 당사자나 그 사건의 내용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법관 등을 심리과정에서 배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수투위 소속 이재오·박계동 의원 등은 조 변호사가 이 제척의 사유에 해당하니 재판관 자격이 원천적으로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는 최근 이석연 변호사 등이 제기한 행정도시법 심판 사건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행정도시법이 지난해 위헌 결정을 받은 신행정수도특별법을 80% 이상 승계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수투위가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헌법재판소법 제24조(제척·기피 및 회피)는 △재판관이 사건에 관하여 당사자의 대리인이 되거나 되었던 경우 △기타 재판관이 헌법재판소 외에서 직무상 또는 직업상의 이유로 사건에 관여하였던 경우, 재판부의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그 직무집행에서 제척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또 재판부가 제척 결정을 하지 않더라도 해당 재판관이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하거나, 사건 청구인이 기피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령 조 변호사가 재판관으로 선출·임명된 뒤라도 행정도시법 심판 사건의 심리에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이 되면, 그때 가서 그 사건에 한해 배제해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판관 9명 가운데 8명이 심리하고, 결정을 내리게 된다. 법조계의 대체적인 반응은 수투위의 이런 문제제기가 “터무니 없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한 중견 변호사는 “대법원이나 헌재에 사건을 갖고 있지 않은 변호사가 어디 있겠느냐”면서 “과거에 어떤 사건을 맡았다고 해서 자격이 없다고 한다면 현재 변호사로 있는 어떤 사람도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에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제척사유 안된다” 의견 다수…임명전 흠집내기 의도? 또다른 중견 변호사도 “신행정수도특별법 심판 사건은 위헌결정이 내려져 이미 종결된 것 아니냐”며 “행정도시법이, 신행정수도특별법과 내용상 다른 법이라면 (조 변호사가 재판관이 돼) 심리에 참여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제척사유보다 조 변호사가 노 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다, 그러니까 ‘코드인사’다, 이런 주장을 부각시키고 싶어 하는 눈치”라며 “임명 전에 조 변호사를 최대한 흠집내거나 길들이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당사자인 조 변호사는 이 문제에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당시 그 사건(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심판)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그때 우리 법인(법무법인 화우)이 ‘담당 변호사 지정서’를 헌재에 제출하면서 관행대로 법인내 송무 담당 변호사 전원을 대리인으로 써냈다”면서 “나는 내 이름이 지정서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당시에 몰랐고, 실질적으로 그 사건의 변론활동을 한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무법인 화우 안에서 이 사건의 준비서면과 의견서, 답변서 등을 써내는 등 변론 실무는 양삼승·황상현 변호사가 맡았다고 한다. 조 변호사는 “새로 제기된 사건(행정도시법 헌법소원)의 심리에 관여할지 여부는, 제가 재판관이 된다면, 재판관 회의에서 의논해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더 이상의 언급을 삼갔다. 조 변호사는 27일로 잡힌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사실상 혼자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제안을 받고 보니 어디서부터 준비를 해야 할지 좀 막막하다”면서 “주위의 가까운 분들에게 도움 말씀도 청하고,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정치부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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