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세대결 열린우리당에서 세대간 이념분화 양상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기존의 계파별 분류를 떠나, 초선과 다선, 소장파와 중진 사이의 세대간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세대간 이념 분화는 이부영 의장이 3일 사퇴를 선언하면서 더욱 분명해졌다. 이 의장은 이날 “당의 소명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고, 그때그때의 개별적 이해관계에 집착하는 지난날의 투쟁방식을 털어버리지 못한 것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과격노선과 과감한 투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장·강경파를 겨냥한 선전포고인 셈이다. 이부영 “과격노선과 투쟁 불사해야” 이에 대해 한 소장파 의원은 “이 의장은 경고가 아니라 반성을 하고 나가야 한다”며 “중앙위가 국가보안법을 연내에 철폐하라고 두 차례나 결의했는데도 이를 깡그리 무시한 것은 이 의장의 낡은 사고방식 탓”이라고 반발했다. 이런 분열은 기존의 당내 ‘5대 계보’ 즉, 참정연·재야파·친노직계·당권파·안개모 구도로는 해석하기가 힘들다. 대표적인 인물이 임채정(64) 의원이다. 임 의원은 재야파의 ‘좌장’으로, 386 출신들로부터 당의장 도전을 종용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른 중진들과 더불어 보안법 대체입법 쪽으로 기울었다. 같은 재야파로 지난 1988년 평민련 때부터 정치적 운명을 같이 해온 우원식(48) 의원은 “(임 의원과) 정치적 판단을 달리 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당권파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인 ‘바른정치모임’에서도 50대의 이강래 의원은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과 만나 대체입법을 주도한 반면, 40대의 전병헌 의원은 보안법 철폐를 요구하는 농성 참가자이다. 농성파 의원들을 나이와 선수로 나눠보면 40대 초선의원이 중심이다. 유일하게 60대인 김태홍 의원은 “요즘 중진들 사이에서는 왕따를 당하는 기분”이라며 “중진의원들의 모임인 기획자문회의에서는 최근들어 아예 오라는 연락을 안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3선이상 중진-40대 초선 계파 넘어 대립양상
5일 의총-원내대표 선출과정 증폭될지 주목 3선 이상의 중진들은 주로 기획자문회의에 참여하고 있으며, 계파를 떠나 대부분 대체입법에 찬성하는 편이다. 지난 30일 3선 이상 의원모임에서도, 신기남 의원을 제외한 참석자들이 모두 “대체입법이 불가피하다”며 천정배 당시 원내대표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초선들은 정당의 근본적인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으로 정책정당을 모색하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반면에 중진들은 이념·정책정당의 전통 위에서 정치를 한 경험이 없어, 낯설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갈등은 이부영 의장 사퇴 뒤 당을 이끌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하는 문제에서부터 시작해, 원내대표 선출, 4월 전당대회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중진들은 임채정 의원을 중심으로 비상대책기구를 꾸리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으나, 소장파들은 “비상대책기구는 당헌·당규에 따라 중앙위의 권한”이라며 “중진들이 중앙위의 권한을 넘어서 현자인 척 나선다면 2차 파동이 날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세대간 대결은 오는 5일 의원총회와 중앙위원회의 연석회의를 바라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의겸 이지은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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