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오른쪽 끝)이 19일 오전 상임중앙위원회 회의에서 한명숙 당 혁신위원장이 당론을 어기고 표결한 의원에 대한 징계 방침을 밝히는 동안, 피곤한 듯 얼굴을 문지르고 있다. 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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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의장 “8.15 대사면 필요” 불 지펴 한나라, 제한법안 제출…민노당도 곧 발의 정치권에 사면 논란이 불붙고 있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19일, 광복 60돌인 오는 8월15일을 맞아 대사면이 필요하다며 사면론을 들고 나왔다. 같은 날,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을 냈다. 문 의장은 이날 당 상임중앙위원회 회의에서 “광복 60돌을 맞는 올해 대대적 사면으로 화합의 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광복절 사면에서) 정치인만 제외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문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당에서 말하는 사면·복권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문 의장이 대선자금 관련 정치인의 사면·복권을 위해 ‘총대’를 멘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반면, 이성권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 16명은 이날 대통령의 사면권을 큰 폭으로 줄이는 것을 뼈대로 한 사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할 때 대상자의 명단과 죄명·형기 등을 국회에 통보하고 △형 확정 뒤 1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특별사면 때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한다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1월 한나라당의 발의로 국회를 통과한 뒤 고건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사면법을 훨씬 강화한 것이다. 이 의원은 “최근 불법 대선자금 사건에 관련된 기업인 31명에 대한 특별사면은 대통령 측근에 대한 지나친 ‘봐주기’였다”며 “현행 헌법에서도 사면은 법률에 의하도록 돼 있어,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일정한 제한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도 다음 주에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자에 대한 대통령의 특별사면·복권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다만 노 의원은 한나라당의 사면법 개정안이 대통령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등 위헌 소지가 있어, ‘일부 제한’ 쪽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과는 별도로, 법조계에서도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독일 등 외국의 경우처럼, 우리도 사면권이 남발되지 않도록 제한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도 “주로 정치적 목적에서 단행되는 특별사면은 법 집행을 무력화하고, 국민의 법감정을 해친다는 면에서 남용되지 않도록 적절한 제한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희철 황준범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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