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당론강제’방안 안팎 논란 국정 책임성 강화 명분 불구 “지도력으로 따로 풀어야”반박 열린우리당이 19일 결정한 ‘당론 강제’ 방안에 대해 당 안팎에서 상당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국회의원 개인의 표결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당론 강제’ 왜 나왔나?=열린우리당의 방침은, 의원총회에서 공개투표를 통해 출석 의원의 75% 이상이 찬성했는데도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방향으로 투표를 한다면 징계를 하겠다는 게 뼈대다. 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여당으로서의 국정 책임성을 높이고, 정책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설명한다. 지난 2일 과거사법 표결에서 열린우리당 참석 의원 과반수가 반대표나 기권표를 던진 데서 드러나듯, 집권당으로서 갖춰야 할 안정적이고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비판적 여론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전병헌 대변인은 “이라크 파병 동의안 등 국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여당 의원인 이상 개인적 소신을 누를 수 밖에 없다”며 “소신이 있다면 징계를 감수하고서라도 반대하는 게 진정한 소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명숙 당 혁신위원장은 “의원의 자율성과 당의 조직원으로서의 책임 등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충분한 토론을 통해 강제적 당론으로 결정될 경우, 조직원이 책임지고 함께 가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혁신위 관계자는 “국가보안법이나 사립학교법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법안에만 ‘강제적 당론’이 제한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의회민주주의에 어긋난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의원들의 투표 행위를 ‘강제적 당론’이란 명목으로 제재하는 것은 “퇴행적 행위”라고 지적한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정치학)는 “국회의원이 헌법과 국회법이 보장한대로 양심에 따라 표결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며 “이른바 ‘3김 시대’에는 의원들이 ‘거수기’ 노릇을 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민주화 시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는 지난 2002년 3월 국회법을 고쳐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조항을 새로 넣었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므로 독자적인 판단과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영태 목포대 교수(정치학)는 “당론의 결정 과정에 민주성이 확보된다면 당론을 좀 더 강화할 필요는 있다”며 “하지만 당론 위반 의원을 징계한다는 것은 헌법과 국회법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당내 반발도 거세다. 정청래 의원은 “‘소신 투표’를 방해해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종인 의원은 “독재정당에서나 가능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최재천 의원은 “한국의 정당은 아직까지 이념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이기 때문에 당론과 개인의 이념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다”며 “혁신위가 헌법의 양심 우선 조항이나 국회법의 자유투표 조항 등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여당 의원으로서 책임성 강화는 강제할 일이 아니라, 지도력으로 풀어야 할 사안”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국회·정당 |
“의원 소신표결 재갈 물리나” 비판 |
열린우리당 ‘당론강제’방안 안팎 논란 국정 책임성 강화 명분 불구 “지도력으로 따로 풀어야”반박 열린우리당이 19일 결정한 ‘당론 강제’ 방안에 대해 당 안팎에서 상당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국회의원 개인의 표결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당론 강제’ 왜 나왔나?=열린우리당의 방침은, 의원총회에서 공개투표를 통해 출석 의원의 75% 이상이 찬성했는데도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방향으로 투표를 한다면 징계를 하겠다는 게 뼈대다. 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여당으로서의 국정 책임성을 높이고, 정책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설명한다. 지난 2일 과거사법 표결에서 열린우리당 참석 의원 과반수가 반대표나 기권표를 던진 데서 드러나듯, 집권당으로서 갖춰야 할 안정적이고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비판적 여론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전병헌 대변인은 “이라크 파병 동의안 등 국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여당 의원인 이상 개인적 소신을 누를 수 밖에 없다”며 “소신이 있다면 징계를 감수하고서라도 반대하는 게 진정한 소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명숙 당 혁신위원장은 “의원의 자율성과 당의 조직원으로서의 책임 등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충분한 토론을 통해 강제적 당론으로 결정될 경우, 조직원이 책임지고 함께 가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혁신위 관계자는 “국가보안법이나 사립학교법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법안에만 ‘강제적 당론’이 제한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의회민주주의에 어긋난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의원들의 투표 행위를 ‘강제적 당론’이란 명목으로 제재하는 것은 “퇴행적 행위”라고 지적한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정치학)는 “국회의원이 헌법과 국회법이 보장한대로 양심에 따라 표결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며 “이른바 ‘3김 시대’에는 의원들이 ‘거수기’ 노릇을 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민주화 시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는 지난 2002년 3월 국회법을 고쳐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조항을 새로 넣었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므로 독자적인 판단과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영태 목포대 교수(정치학)는 “당론의 결정 과정에 민주성이 확보된다면 당론을 좀 더 강화할 필요는 있다”며 “하지만 당론 위반 의원을 징계한다는 것은 헌법과 국회법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당내 반발도 거세다. 정청래 의원은 “‘소신 투표’를 방해해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종인 의원은 “독재정당에서나 가능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최재천 의원은 “한국의 정당은 아직까지 이념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이기 때문에 당론과 개인의 이념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다”며 “혁신위가 헌법의 양심 우선 조항이나 국회법의 자유투표 조항 등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여당 의원으로서 책임성 강화는 강제할 일이 아니라, 지도력으로 풀어야 할 사안”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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