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인 황진하·박진·박세환 의원(왼쪽부터)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정한 ‘국가기밀자료 국회의원 지침’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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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회제출 요건등 강화
미국선 의원 기밀준수 선서 국가기밀 보호와 국민의 알권리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국정감사 뒤 국회의원에게 제공되는 국가기밀자료의 무분별한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기밀자료 제공 규정을 강화하는 쪽으로 지침을 고친 사실이 12일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 기밀자료 제공 규정 강화=정부는 지난해 11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를 열어, 의원에게 국가기밀자료를 제공하는 절차와 열람 요건을 강화한 ‘국가기밀자료 국회의원 지침’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국회 및 당정협조 업무처리 지침’을 고친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된 지침에는 군사, 외교, 대북관계 등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항의 경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제4조)에 따라 5일 이내에 장관 명의의 소명으로 서류 제출 또는 대면 설명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또 기밀이 유출됐을 때는 형법과 군사기밀보호법, 국회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엄정 대처하며,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기밀을 언론에 공개할 경우 보도금지 요청과 함께 국회의장에게 징계 조처를 촉구한다는 조항도 마련됐다. 국방부는 이와 함께 국회에 제공하는 기밀자료는 차관급을 위원장으로 한 자체 보안심사위원회를 통해 사전에 보안성을 철저히 검토하기로 했다. ◇ 알권리 침해 공방=여야 각 당은 정부의 기밀자료 통제 강화에 대해 대체로 “국민의 알권리와 의원 재량권을 침해하는 조처”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회 국방위에 소속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지침 개정은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비민주적 발상으로, 노무현 정부가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폐쇄정부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국방위 국정감사 때의 군사기밀 누출 논란으로 최근 국회 윤리특위에서 경고 결정을 받은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과도한 ‘안보 비밀주의’는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열린우리당 간사인 유선호 의원은 “기밀 분류를 세분화한다든지 하는 등의 방법이 있는데도 정부가 경직된 자세로 일을 처리한 것 같다”며 “국회가 기밀유지 책임만 지켜준다면 기밀 열람에 대해선 (국회가) 재량권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기밀정보를 국회에 제공하려는 것과 달리, 의원들이 ‘신사협정’을 지키지 않고 무분별하게 기밀을 공개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처”라며 “국민의 알권리를 제약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 등의 경우, 기밀정보 공개에 대한 규정이 훨씬 엄격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어떻게=미국 하원 의사규칙의 의원윤리 조항(제23조)은 의원이 기밀정보를 접할 때는 반드시 기밀정보 준수를 선서하고, 의원의 서명이 첨부된 선서문을 보존하도록 하고 있다. 또 하원 윤리위는 의원이 얻은 정보가 기밀인지 불확실할 경우, 사전에 정보위원회 등에 문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윤리위는 특히 “의원이 기밀정보 비밀준수 선서나 위원회 문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윤리강령 위반으로 간주해 제재하며,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준수를 강제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재권 기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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