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김두관 ‘역풍’… 문희상·염동연 ‘순풍’
열린우리당 전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1일, 막바지 변수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당의장 경선 판도가 그동안의 추세와 다른 양상을 보이는 등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한겨레>가 이날 입수한 김두관·염동연 후보 진영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희상 후보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2위로 뛰어오른 염동연 후보의 막판 질주가 두드러진다. 반면, 그동안 안정적인 2위로 평가받아온 김두관 후보는 4위 또는 6위로 밀리는 등 뒷심 부족을 드러냈다. 상임중앙위원 진출이 보장되는 유일 여성후보인 탓에 하위권을 맴돌던 한명숙 후보가 한 조사에서 3위로 상승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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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파 결집 염후보 막판 2위 김두관 밀어내
노사모 “개혁”-국참련 “실용”지지 표심자극
김두관 후보의 종반 하락세는 지난 30일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신기남 의원이 유시민·장영달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데 따른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 후보는 앞선 세 차례의 여론조사에서는 27∼28%대를 오가며 꾸준한 지지율을 유지했으나, 신 의원의 발언 이후 실시된 31일 조사에서 22.1%로 곤두박질쳤다. 김 후보 쪽 관계자는 “지지자들이 김 후보의 2위 확보를 기정사실로 믿고 장·유 후보에 대한 전략투표 의사를 보이면서 김 후보가 밀린 것같다”고 말했다. 염 후보의 막판 ‘스퍼트’엔 유시민 후보의 ‘반 정동영’ 발언과 이에 대한 실용노선 진영의 대대적인 공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염 후보는 3월15일 조사에선 14.7%의 지지율로 6위에 불과했으나, 유 후보의 ‘반 정동영’ 발언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3월22일 직후 19.3%로 4위에 뛰어올랐고,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노무현 경선팀’과 옛 ‘연청’ 등 밑바닥 조직의 위력이 가세하면서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도 초반엔 36.4%의 지지율로 유 후보의 맹추격을 받는 처지였으나 유 후보의 발언 이후 지지율이 40.4%로 껑충 뛰어오르며 1위를 굳혔다. 문·염 후보의 상승은 유 후보의 발언에 자극받은 실용노선 진영의 표들이 강하게 결집한 결과로 관측된다. 유 후보에 대한 ‘릴레이식 왕따공격’도 대의원들의 표심에 일정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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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장 경선 판세가 막판까지 요동침에 따라 종반의 미세한 변수들까지 투표 결과에 적잖이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뿌리가 같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국참련(국민참여연대)이 막판에 각각 지지후보를 공개한 것은 그런 사례로 꼽힌다. 노사모는 이날 자체 홈페이지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개혁지도부 구성’을 지지한다고 밝혀, 김두관·유시민·장영달 후보의 손을 들었다. 반면, 국참련은 전날 실용노선으로 분류되는 염동연·송영길·한명숙 후보를 ‘국참련 공식후보’로 선정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조선 “김원웅 의원 땅 투기 의혹”
김의원 “안티조선 죽이기 흑색선전”
열린우리당의 당 의장 경선을 하루 앞둔 1일 <조선일보>가 당권주자로 나선 김원웅 의원의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조선일보>에 반대하는 ‘안티조선’ 운동에 앞장서 온 김원웅을 죽이기 위한 마타도어”라며 강하게 반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신문은 이날 1면 머릿기사로 “김 의원이 지난 1983년 경기 용인 보정리 일대 밭 1800평, 86년 용인 상현동의 밭 840평을 매입하면서 주민등록만 옮겨놓았다”며 위장 전입을 통한 투기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김 의원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셈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보정리 땅은 매입 후 부모님이 이사와 국가에 강제수용당하기 전까지 실제 농사를 짓는 등 위장전입이나 투기와 거리가 멀다”며 기사 내용을 일일이 반박했다. 김 의원은 “나는 2000년 정치권에서 처음으로 안티조선 운동에 공개적으로 합류한 사람”이라며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일방적인 마타도어를 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을 위해서는 <조선일보>의 논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든지, 이 신문이 없어지든지 둘 중 하나가 돼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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