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자민련 출신 공천 검토
“정체성 훼손” 반발 거세
열린우리당이 4·30 재보궐 선거 후보로 충남 아산에 자민련 출신인 이명수 전 충남 부지사를 공천한 데 이어, 공주·연기에도 역시 자민련 출신인 윤재기 전 의원의 공천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정체성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이처럼 자민련 출신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심대평 충남지사가 주도하는 ‘중부권 신당’의 출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규성 당 사무처장은 최근 13대 국회에서 신민주공화당 의원을 지낸 윤 전 의원을 만나 출마 의사를 확인하는 한편, 윤 전 의원의 정치적 성향과 노선이 열린우리당에 적합한지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은 애초 공주·연기 지역 기간당원이 참여한 경선을 통해 박수현 당 국정자문위원을 후보로 뽑았으나, 경력 허위기재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30일 공직후보자 재심위원회를 열어 공천을 취소했다. 당내에서는 박 위원의 대안으로 경선을 함께 치른 이병령 전 유성구청장, 이희원 전 이부영 의장 정무특보가 거론됐으나, 당 핵심 관계자는 “경쟁자들이 박 위원을 선관위에 고발해 후보가 취소된데다, 이들이 신당으로 출마하는 정진석 전 의원에 견줘 지지도에서 10%포인트 가량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후보자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면서, 윤 전 의원이 급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들을 10∼15%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윤 전 의원이 비록 자민련 출신이지만, 13대 국회에서 대정부질문을 통해 국가보안법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고, 남북교류협력촉진법을 추진하는 등 대북관이 참여정부와 일치한다”며 “대표적인 인권 변호사인 박원순 변호사도 ‘충청권에서 가장 개혁적인 변호사’라고 평한 바 있다”고 윤 전 의원을 적극 옹호했다. 하지만 상당수 당 관계자들은 윤 전 의원이 열린우리당에 공천신청을 냈다가 처음부터 배제된 점을 들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윤 전 의원의 정체성도 의문이지만, 절차상으로도 2월1일 이전에 입당해야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는 당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는 “윤재기를 전략공천 한다면 낙선운동을 하겠다”거나 “기왕 과거로 가는 바에야 전두환, 노태우를 공천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등의 비판적인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도 “공주·연기의 경우, 행정도시 건설로 당 지지도가 50%에 육박하는 등 전국적으로 가장 지지도가 높은 지역”이라며 “여기서도 우리의 고유한 후보를 내서 이기지 못한다면 어디서 이길 수 있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임채정 당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쪽의 초나라에 이르려고 하면서 거꾸로 북쪽으로 간다는 뜻의 ‘지초북행’(至楚北行)이라는 고사성어를 들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임 의장은 “원내과반 의석은 물리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심리적 과반도 중요하다”며 “심리적 과반이 무너지면 무슨 법안을 처리하려 해도 의석 계산하기에 바빠 책임있는 국회 운영이 힘들다”고 말했다.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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