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서 받아주세요” 박세일 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15일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의원직 사퇴의 뜻을 밝힌 뒤, 침통한 표정으로 김 의장의 말을 듣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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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표, 갈등봉합 미루고 미국행 행정도시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내분이 장기 고착화할 조짐이다. 박근혜 대표는 박세일 의원의 후임 정책위의장을 임명하는 등 당직 인사를 한 뒤 15일 미국으로 떠났고, 행정도시 반대파 의원들은 이날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서로 제 갈길을 가는 ‘마이 웨이’ 방식의 대립구도다. ◇ 박세일 사퇴 =박세일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수도분할법’을 막지 못한 책임감을 통감하며,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수도분할법’은 특정 지역을 의식한 여야간 선거 전략, 득표 전략의 산물”이라며 “여당은 국가의 운명보다는 대통령과 정부의 손짓만 쳐다보고, 야당은 정부의 독선과 여당의 독주를 막지는 못할지언정 들러리까지 섰다”고 비난했다. 박 의원은 이에 앞서 이날 김원기 국회의장을 만나 “탈당의 형태로 의원직을 사퇴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며 사퇴서 수리를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의장이 수리할 가능성은 낮다”며 곧 사퇴서를 반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반대파 장외투쟁 돌입=이재오·김문수·박계동 의원 등 반대파들이 모인 수도 지키기 투쟁위원회(수투위)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수도분할반대 범시민궐기대회’에 참석하며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들어갔다. 이날 대회에는 14일째 단식농성을 벌여온 전재희 의원도 단식을 풀고 참가했다. 이들은 오는 22일 ‘수도분할반대 범국민운동본부’를 발족하고 범국민서명운동에 들어가는 등 외연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19일 부천, 26일 안양 등 수도권에서 대중집회를 열어 장외투쟁도 벌이기로 했다. 수투위 핵심 관계자는 “지난 1987년의 ‘호헌철폐 국민운동본부’처럼 수도분할에 반대하는 정치권과 사회세력을 하나로 묶어 대중적인 투쟁을 장기적으로 벌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국으로 떠난 박근혜 대표=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표가 이날 7박8일간의 미국 방문을 시작함에 따라, 당내 갈등의 접점을 찾을 시간도 늦춰지게 됐다. 박 대표는 전날 예정됐던 박세일 의원과의 만남이 무산된 뒤, 이날 오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 박 의원과의 접촉 등 반대파를 껴안으려는 적극적인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강재섭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수투위의 활동에 대해 “당론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당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고 당론의 결함을 보충하는 것”이라며 “쓸데없이 자극하지 말고 고마운 분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반대파를 ‘포용’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뒤집어보면 이들의 장외투쟁을 말릴 길이 없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편, 손학규 경기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행정도시 반대운동에 대해 “반대 여론이 당분간 높아지겠지만 끝까지 갈 수 없을 것”이라며 “이 문제를 더 이상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정재권 류이근 기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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