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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8 18:49 수정 : 2005.02.18 18:49

인맥관리등 17대도 마찬가지로 '펑펑'
정치자금법 개정요구 '저비용정치' 역행

정치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정치개혁협의회(정개협)의 활동이 최근 본격화하면서 “정치후원금 모집에 대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현행 후원금 제도가 지나치게 엄격해 정상적인 정치활동을 하지 못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러다간 생계형 비리가 터질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과연 그럴까?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후원금을 한 푼도 거두지 않고 의원 월급인 세비만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뒤 지금까지 ‘세비정치’를 실천하고 있다. 후원회는 아예 만들지도 않았다. 적은 달에는 620만원 정도, 평균적으로는 매달 800여만원 가량인 세비와 각종 지원금 등 900여만원으로 별 문제 없이 꾸려가고 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재정 사정은 이보다 더 어렵다. 의원들은 세비를 몽땅 특별당비로 당에 넘기고 당에서 활동비 형태로 450만원(비례대표 의원은 300만원)씩을 타서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정책개발·입법 활동은 다른 당 의원들에 못지 않다.

이들 의원들이 ‘저비용 정치’를 할 수 있는 비결은 다음 선거를 위한 ‘지역조직 관리’나 호화판 의정보고서 등 ‘과시형’ 활동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이계진 의원은 “10만 가구에 의정보고서를 보내는 발송비만 2천만∼3천만원이 들어 결국 포기했다”며 “대신 비용이 거의 안 드는 인터넷 블로그 등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들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제대로’ 의정활동을 하기엔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적극적으로 의정활동을 하려면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야 하는데, 소액다수의 후원금 제도를 활용해 비용을 조달하려 해도 품이 너무 많이 드는 것이 문제”라며 “벌써 2천만원의 빚을 졌다”고 말했다.

등원 뒤 진 빚만 9천만원에 가깝다는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은 “직원들을 현장조사 보내기도 힘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많은 의원들의 이런 ‘현실적 어려움’을 배경으로 정치자금 모금을 좀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개협 위원장인 김광웅 교수와 김원기 국회의장 등이 의원들을 위해 정치자금법 개정의 ‘총대’를 멜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의원들의 돈 부족은 후원금 제도 탓이라기보다는 의원들이 옛날식 씀씀이를 버리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도 만만찬다. 실제로 대부분 의원들이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는 항목은 여전히 ‘지역사무소 운영’이나 ‘의원 정치활동비’ 등이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지역사무소 관리에만 매달 800만∼900만원을 쓰고, 인맥관리 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활동비로 월 평균 1천만원 가까이를 쓰고 있다. 씀씀이 내용으로만 보면, 15대나 16대와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정치관련법 개정을 주도했던 오세훈 전 의원은 “다음 선거를 위한 지역조직 관리에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게 사실 아니냐”며 “제도 탓을 하기 전에 씀씀이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완화’에 반대하는 한 의원도 “당장 어렵다고 해서 기업 돈을 받자거나 후원회 행사를 열게 하자는 주장은 ‘고비용 정치 청산’을 바라는 국민의 바람을 거스르는 일”이라며 “해마다 최소 1억5천만원씩을 거둘 수 있는 현행 제도도 국민 눈높이로 보면 과하다”고 말했다. 정광섭 황준범 기자 iguass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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