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이 17일 오전 국회 신행정수도 후속대책특위 소위 회의를 시작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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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위헌시비 달래기 급급
부처이전 규모 축소 타협 태세
국회 신행정수도후속대책 특위 소위원회가 17일 발표한 합의문을 보면, 열린우리당의 ‘아쉬운 처지’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정부가 떠맡는 행정도시 건설비용 상한선을 10조원에서 8조5천억원으로 대폭 삭감한 것이다. 예산이 15%나 깎이면 16부4처3청을 옮기겠다는 정부의 애초 계획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박병석 소위원장은 “일부 도시광역기반시설 건설을 개발이익 충당금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전체 총액 기준으로는 크게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민간 분양분의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해져, 성공적인 분양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정부 부처 이전규모에서 야당 쪽에 일정 부분 양보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15일 이해찬 국무총리와 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장 등이 참석한 고위 당정회의에서는 “한나라당과 타협을 위해 이전 대상인 통일부와 감사원 등을 서울에 남겨두는 방안이 거론됐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 안에서도 “행정중심 도시라는 틀 자체가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이렇게 낮은 자세를 보이는 데는 한나라당을 ‘달래려는’ 의도가 짙다. 한나라당 간사인 최경환 의원은 이날 합의문 발표 현장에서도 “정부·여당안은 확실히 위헌이고, 이전 대상에 경제부처가 포함되면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라고 말하는 등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으로선 위헌 시비가 약점일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은 특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호남고속철 분기역은 충북 오송역이 적지”라며 충북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해 바싹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런 발언은 충남과 충북 분리를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행정도시 건설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의 태도가 더욱 부정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정부부처 이전 범위에 대해 한나라당과 접점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되면, 아예 이전범위를 뺀 채 특별법을 통과시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좌초위기를 맞은 행정수도 추진에 시동을 다시 거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일단 토지를 매입하고, 21세기형 최첨단 행정도시라는 청사진이 만들어지면 부정적인 국민여론이 돌아서고, 국회도 행정도시로 옮기겠다고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도시가 불완전한 모습으로 출발을 하더라도, 장기간의 사업과정을 통해 완성된 형태로 다듬어 나가겠다는 의지이자, 전략이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행정도시의 미래가 그만큼 불확실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류근찬 자민련 의원이 이날 소위원회에서 “행정도시 추진은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한다는 담보문구를 넣자”고 주장한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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