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원(오른쪽 안경쓴 이)이 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당 중앙위 회의에서 임시집행위원회 의장으로 추대된 뒤 인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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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때부터 위기관리…"선발투수 싫소"
대량실점 없이 역전 기틀 다질지 주목 “난 구원투수인가봐, 자꾸 구원투수를 하라고 하네.” 임채정 의원이 5일 위기에 몰린 열린우리당을 구해내야 할 임시집행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되자, 푸념섞어 한 말이다. 열린우리당 안에서 임 의원은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을 만들어 낸 최고의 ‘전략가’로 통한다. 하지만, 앞줄에 나서기 보다는 뒤에서 느긋하게 움직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 몫을 해내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987년 대선 패배로 궁지에 몰렸을 때 98명의 재야인사를 이끌고 당시 평화민주당에 들어가, 힘을 보탰다. 92년 총선 때는 한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재검표를 통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극적인 역전극을 연출해, 김 전 대통령이 임 의원의 뺨을 부비며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95년에는 새정치국민회의 창당기획단장으로, 김 전 대통령이 정치재개에 성공하는 초석을 마련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런 임 의원을 높이 평가해, 한때 임 의원이 당 한쪽에서 ‘게으르다’는 비판을 받을 때에도 “그 사람은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말을 한다”며 신뢰를 드러냈다고 한다. 임 의원은 또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당시 후보의 대선기획단 기획위원장으로 활약하며 ‘위기의 노무현’을 구해냈고, 2003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참여정부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임 의원은 화려한 ‘선발투수’로 등판하는 일에는 항상 고개를 저어왔다. 4일 밤 자신이 속해있는 ‘재야파’로부터 “임시집행위 의장을 맡지 말고, 4월 정식 당 의장 선거에 나가라”는 거부하기 힘든 주문을 받았으나, 임 의원은 “첫째, 그럴 욕심이 없고, 둘째, 전당대회를 치르기에는 나이가 들었고, 셋째, 가족이 반대한다”며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의원을 비상대책기구의 장으로 강력히 추천한 배기선 의원도 “자신이 뭘 맡겠다고 나서지 않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당내 복잡한 세력관계 속에서도 그가 각 계파로부터 거부반응을 받지 않는 거의 유일한 후보로 꼽힌 것은 이런 낮은 자세 때문으로 보인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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