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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5 17:29 수정 : 2017.08.25 17:59

지난 23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와 통일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5일 취임 뒤 첫 세종청사 방문
휴일 출근했다 숨진 워킹맘 공무원 애도
“복지 공무원의 복지를 책임 못 지면
국민 복지를 어떻게 책임지겠습니까?”

지난 23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와 통일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취임 뒤 첫 세종청사 방문 중에 지난 1월 휴일 출근 중 숨진 복지부 공무원이 일하던 근무처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세종시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겸한 ‘핵심 정책 토의’를 위해 세종청사에 왔으며, 토의에 앞서 낮 1시 25분께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실 기초의료보장과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방문 계획을 최소한 인원에게만 공지해, 해당 부서의 공무원들도 1시간 전에야 문 대통령이 방문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서에선 지난 1월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해당 과의 ㄱ사무관이 일요일에도 출근 중 숨을 거뒀던 불행한 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은 당시 육아휴직 뒤 복지부로 전입해, 7일 연속 근무하고 일요일 새벽에도 출근하던 길 청사 비상계단에서 심장마비가 왔다. 평일 내내 밤 9시 이후 퇴근했고, 일요일엔 오후에 퇴근해 아이들을 보려고 새벽 일찍 출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의료보장과는 기초생활 보장, 취약계층 지원, 노숙인 복지, 취약계층 의료급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복지부 내에서도 격무 부서로 꼽힌다. 당시 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로로 숨진 여성 공무원의 소식에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진다”며 “야근과 과로를 당연시하는 사회, 더 이상은 안된다”고 글을 적기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숨을 거둔 ㄱ사무관이 일하던 자리를 찾아 침통한 표정으로 애도했다. 이후 공무원들과 만나 근무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오늘은 기재부, 공정위, 금융위 업무보고를 받는 날인데, 그 가운데 기재부와 공정위가 세종시 청사에 있어 세종시에 업무보고를 받으러 내려오는 길에 김 사무관 자리를 들러 보고 싶어 왔다. 그 때 너무 마음이 아파서 페이스북에 추모하는 글도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도 셋이 있고, 육아하면서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근무하다가 그런 변을 당한 게 아닌가”라며 “기본적으로 일하고 가정에서도 생활할 수 있어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복지 공무원들이 일은 많은데 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복지가 필요하다. 복지 공무원 수도 적다”고 짚었다. 문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면서 새 정부가 복지 정책에 관심을 쏟고 변화하고 있어 더더욱 업무가 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고도 덧붙였다.

“그 이후로 휴일근무는 좀 없어졌느냐”고 문 대통령이 묻자, 지세영 사무관은 “휴일 근무는 안하고, 유연근무를 하고 있다. 근무 강도가 낮아졌다”고 답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동행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복지 공무원들 복지를 책임지지 못하면 국민 복지를 어떻게 책임지겠습니까? 앞으로 휴일 근무 없다고 약속하시겠습니까?”라고 물어, 주변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은 “제가 연차도 사용해야 한다고 열심히 주장하면서 저부터 솔선수범하려고 하고 있다”며 “국·과장님들, 직원분들 연차휴가 다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시라”고 말했다.

25일 세종시의 세종청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복지정책관실 기초의료보장과에서 직원들의 근무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도 말해달라고 요청했고, 배병준 복지정책관은 “(느낌상) 다른 부처에 비해 20~30% 부족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복지 업무가 복지 국가로 갈수록 해마다 늘어, 기존의 인원이 그 업무를 다 담당하려면 인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직무 평가 분석을 통해 재배치하고, 한편으로는 (불필요한) 인력은 줄여나가면서 필요한 부서는 인력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 남성 사무관이 “인원이 부족한데도 흔쾌히 육아휴직을 허락해 주셔서 둘째가 나오는 날부터 육아휴직을 가려 계획하고 있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상급자가 싫어하지 않더라도 내가 가면 동료들이 일을 떠안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기 쉽지 않다“며 “등을 떠밀어서라도 육아휴직을 하게끔, 그게 너무나 당연한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배병준 복지정책관은 “대체 인력풀을 만들면 육아휴직도 부담 없이 가고,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답했다. 이날 뒤늦게 문 대통령 방문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무원들이 문 대통령을 보기 위해 각 층 복도로 나와 환호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ㅁ자 형태의 건물로, 복도에서 층 위아래를 건너다 볼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세종청사 보건복지부를 ‘깜짝 방문’하면서 소식을 들은 공무원들이 복도로 나와 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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