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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심판위, “DUCK에서 DEOK으로 여권 이름 바꿔줘야” |
이름에 ‘덕’자가 들어간 ㄱ씨는 여권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어릴 적 여권을 만들 때 다른 사람이 ‘덕’을 영문으로 ‘DUCK’이라고 적었다. DUCK은 ‘오리’라는 뜻이어서 ‘귀엽다’는 뜻도 있지만 ‘수다·기만’의 상징이기도 하다. 게다가 ‘책임을 피하다’는 뜻도 있다. 30대인 ㄱ씨는 대학교 개인정보와 어학성적표는 물론 신용카드에도 ‘DEOK’이라고 써왔다. ㄱ씨는 여권에서 ‘DUCK’을 ‘DEOK’으로 바꿔달라고 외교부에 신청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DUCK’이 명백하게 부정적 의미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ㄱ씨의 요청을 거부했다. 정부는 여권의 신뢰성 유지를 위해 영문 이름 변경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이에 ㄱ씨는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심위)에 행정심판을 냈다.
중앙행심위는 ㄱ씨의 손을 들어줬다. 권익위는 27일 중앙행심위가 여권에 잘못 기재된 영문 이름의 변경을 거부한 외교부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앙행심위는 영문 성명에 부정적인 의미가 있어 국외 활동에 상당한 불편이 예상되고 출입국 관리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외교부의 변경 거부는 부당하다고 봤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상 ‘덕’의 영문 표기는 ‘DEOK’이고 여권사무 대행기관에서도 ‘DUCK’을 부정적 의미로 보고 사용을 지양하도록 권고하는 점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또 ㄱ씨가 일관되게 ‘DEOK’이라고 표기해온 어학성적표, 신용카드 등이 여권이름을 쓰는 외국의 학력·경력 증명과 달라 상당한 불편을 겪으리라 예상되는 점도 고려됐다. 다만 중앙행심위는 여권의 신뢰 유지를 위해 특별한 경우에만 영문 이름 변경이 허용돼야 한다는 견해는 유지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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