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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지니오 메롤라(58) 이탈리아 볼로냐 시장.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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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조합 연결돼 내수시장 형성
교육·건설·복지분야 등 상당한 역할
모든 시정 결정에 시민 참여는 필수
“볼로냐의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가 경제위기 시대를 견디는 버팀목이 됐다.”
국제사회적경제포럼 참석차 방한한 비르지니오 메롤라(58·사진) 이탈리아 볼로냐 시장은 6일 서울시청에서 볼로냐시의 사회적 경제의 구실을 이렇게 강조했다. 볼로냐는 유럽연합 안에서 소득과 행복지수에서 1~2위를 다투는 지역이다. 이날 대담은 메롤라 시장한테 정태인(53)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이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 원장은 “지난달 이탈리아 전체 실업률이 1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볼로냐는 4%대에 불과하다”며 위기 극복의 ‘비결’을 묻자, 메롤라 시장은 “수익을 (지역 안의) 협동조합 안에 재투자하는 게 핵심”이라고 답했다. 메롤라 시장은 “협동조합의 재투자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회를 만드는 기초가 된다. 협동조합은 교육, 건설, 복지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많은 작은 협동조합들이 서로 연결돼 있어 (내수)시장을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투자할 곳을 못 찾아 사내잉여금을 쌓아두고 있는 한국의 재벌과 반대 양상이다.
1000만 인구의 서울이 볼로냐(40만)의 경험에서 배울 것이 있는지를 묻는 정 원장의 질문에, 메롤라 시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시민들의 생각이다. 많은 시민들이 도시의 삶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홀로 고립적으로 놔두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볼로냐 시민들은 공무원, 양로원, 도시텃밭, 노인봉사, 축구, 수공업자 등 수많은 ‘아소차치오네’(협회·associazione)를 구성해 시정에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노동조합과 다르다.
그는 특히 “위로부터 결정하면 틀림없이 실패한다. 모든 결정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민주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는 이런 과정을 지원하고 돕는 데 구실을 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윤 추구보다 나눔과 협력을 중시하는 사회적 경제의 경험과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국제사회적경제포럼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이틀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환영사에서 “과거 양적 성장 중심에서 벗어나 상호 연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경제가 일자리와 지역복지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 비르지니오 메롤라 볼로냐 시장-정태인 원장 대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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