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0.27 20:09
수정 : 2013.10.28 08:29
내달초 착수…자치구 감사도 검토
지구지정·해제 등 사업정리 나설듯
심각땐 인허가 취소·수사기관 고발
지난해 ‘뉴타운·재개발 수습방안’을 내놓은 서울시가 뉴타운·재개발 사업 추진 주체인 추진위나 조합의 각종 비리에 대해 처음으로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공금을 횡령하거나 시공·정비업체로부터 뇌물을 받는 등 몇몇 추진위나 조합 관계자들의 비리가 심각해 뉴타운·재개발 수습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27일 “서울시가 뉴타운·재개발 조합의 각종 비리 등 운영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다음달 초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말 사업성 실태조사를 통해 주민들이 뉴타운 등 추진 여부를 결정하게 하겠다는 ‘뉴타운·재개발 수습방안’(출구전략)을 서울시가 발표한 바 있지만, 조합 등의 비리에 대한 실태조사는 그동안 없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말 뉴타운·재개발 수습 전략기획단 회의에서 이런 방안을 논의했고, 실무진은 그동안 자치구마다 1~2곳씩 조사 대상을 지정하는 작업 등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뉴타운이나 재개발 사업은 도시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등 공익적 성격을 띠고 있어 행정이 전반적 인허가 권한을 갖고 있다. 서울시는 인허가권이 있는 자치구에 대한 감사를 병행할 수도 있다. 서울시는 실태조사 뒤 비리가 심각한 경우엔 관련 인허가를 취소하거나 수사기관에 고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꾸린 ‘재개발행정개혁포럼’은 최근 ‘뉴타운·재개발 조합 운영문제 사례’를 공개해 정비업체와 조합, 시공사들의 각종 비리와 횡령이 만연해 있다고 주장했다.
포럼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노원구 상계5구역의 정비업체 대표 ㄱ씨는 시공사 선정에 개입해 7억92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 ㄱ씨는 상계5구역 말고도 인천, 부천 등지에서도 시공사 선정을 도와준다며 뇌물을 받아 2011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8년, 벌금 8억7000만원, 추징금 37억6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조합이 필요하지도 않은 업무를 만들어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린 일도 있었다. 서대문구 홍은1구역은 국공유지 정비기반시설 무상양도에 대한 컨설팅의 대가로 2010년 8월 ㅋ컨설팅업체에 6억38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이 무상양도는 조합이 국공유지를 무상으로 받아 도로나 공원 등을 지어 다시 해당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는 것으로, 관련 규정에 의해 사실상 자동으로 처리되는 것이어서 별도 업무를 맡길 필요가 없었다. 현재 조합장과 컨설팅 회사 대표가 고발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2010년 5월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린 상계2구역 등에선 시공사가 조합원들에게 현금 100만원씩을 지급하거나 특급호텔 숙박, 관광 등의 향응을 제공해 문제가 됐다. 영등포구 신길11구역, 용산구 용산역 전면3구역, 은평구 수색9구역, 서대문구 가재울 5구역 등에서 추가분담금을 내지 못해 재개발 뒤 주택이 아닌 현금을 받고 떠나겠다고 한 현금청산자에게 조합이 재개발 사업비를 부담시키기도 했다.
총회 비용을 과다 지출한 조합도 있었다. 조합원이 759명인 양천구 신정2-1구역은 총회 두번에 5억원을, 603명인 동대문구 휘경3구역은 총회 한번에 2억4000만원을 썼다. 2557명인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도 2010년 6월 한차례 총회에 4억3500만원을 썼다. 재개발행정개혁포럼의 이강훈 변호사는 “작은 조합은 몇백만원으로도 총회를 치른다. 이렇게 과다 지출된 원인을 분석해 조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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