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천정배 장관 지휘권 언급에 긴장

검찰총장은 `불편한 심기' 우회적으로 표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나온 이후 검찰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은 검찰청법에 명시된 조항인 만큼 법무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하겠다고 해도 하등 이상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안기부 도청사건, 대상그룹 감찰문제 등 민감한 현안이 불거진 시기에 천 장관의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천 장관의 의도가 무엇인지 진위 파악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19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장관도 검찰을 지키고, 총장도 외부압력을 지키는 게 임무다. 총장은 지휘가 내려와도 비합리적인 부분까지 승복할 이유는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법무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지휘권을 행사하려할 때 의도가 순수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 일각에서는 천 장관의 발언이 검찰에 대한 불신감을 표출한 것으로서 결국 기강확립 차원에서 검찰의 사건처리에 대해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을 피력했을 수 있다고 보고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검찰의 한 중간간부는 "과거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의 의중을 수사팀에 반영하는 창구역할을 하는 바람에 사건이 왜곡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휘권 행사를 통해 일선의 수사상 잘못을 바로 잡는 것이 가능하겠으나 과거사례에 비춰볼 때 장관의 의중이 어떤 형태로 현실화할지 걱정도 된다"며 속내를 내보였다.

주요 사건에 장관이 개입할 경우 검찰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간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시대적 과제임을 감안할 때 실제로 구체적 사건에 지휘권을 발동한다면 부적절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본다"며 "장관이 여러 소관 업무 중 검찰의 업무처리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겠다는 선언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치권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배제하되 엄정한 사건 처리를 위한 지휘감독상의 필요가 있을 경우에 한해 법이 보장하는 지휘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