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4.27 20:33
수정 : 2012.04.27 22:13
오세훈 시장때 오피스타운 변모
막대한 재정투입 특혜논란 일어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터 복합유통단지(파이시티) 개발 사업과 관련해,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이 재임하던 2008년에도 ‘화물터미널 기능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개발을 제한해야 한다’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받고도 터미널 면적보다 3배 넘는 대형 업무시설 등의 건설을 허용한 것으로 27일 나타났다. 지상 35층인 업무시설(2개동)과 교육연구시설(1개동)은 오피스텔 등으로 분양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당시에도 서울시가 파이시티 쪽에 5000억원대의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가 2006년 한양대 산학협력단에 맡긴 ‘화물터미널 기능 재정비’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은 △주차·박차 기능 위주인 기존 화물터미널을 집배송센터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정비 △화물터미널은 공공의 기능이 강하기 때문에 상류시설(판매시설)의 허용 및 규모는 화물터미널의 역할과 기능이 훼손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개발할 것 등을 주문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2008년 8월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 업무시설(전체 연면적의 20%인 15만5000㎡)을 ‘터미널의 부대시설인 사무소’로 인정하는 심의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당시로선 서울시내 최대 규모인 오피스타운으로 파이시티가 변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앞서 이명박 시장 때인 2005년 9월 확정한 도시물류기본계획이 ‘화물터미널의 구실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했는데도, 기본계획과는 어긋나는 결정을 또다시 내린 배경을 두고 의혹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도계위에 안건을 상정하기 한달쯤 전인 2008년 7월 파이시티 터 양재대로를 입체화하는 ‘서울남부지역 도로망 체계정비계획’을 발표했다. 사업비 2041억원을 들여 화물터미널 앞과 염곡네거리, 구룡터널네거리 세 곳에 4개 차로의 지하차도를 건설한다는 것이었다. 지하차도 건설비를 시 예산 1600여억원, 개발분담금 700여억원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파이시티 업무시설 허용으로 빚어질 수 있는 교통 혼잡 민원을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세금을 들여 사업자의 개발 계획을 뒷받침하는 특혜성 대책이라는 것이다.
한편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을 조사하는 서울시가 당시 실무자들뿐 아니라, 인허가 결재선에 있었던 행정부시장과 국장 등 고위 간부들을 면담 조사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다음주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 재직 당시 행정2부시장 2명(장석효 현 한국도로공사 사장, 최창식 현 서울 중구청장)과 도시계획국장 2명(김영걸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 이인근 전 서울시도시안전본부장) 등도 면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면담 조사는 강제력이 없는 사실 확인 차원이라, 당사자들이 면담을 거부하거나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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