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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6 18:38 수정 : 2020.01.17 02:37

지난해 프로농구 4강플레이오프에서 경기 중인 라건아(왼쪽·당시 현대모비스)와 브랜든 브라운(당시 전주KCC). 한국농구연맹(KBL) 제공

지난해 프로농구 4강플레이오프에서 경기 중인 라건아(왼쪽·당시 현대모비스)와 브랜든 브라운(당시 전주KCC). 한국농구연맹(KBL) 제공

흑인 프로농구 선수 라건아(본명 리카르도 라틀리프·KCC)와 브랜든 브라운(KGC)이 16일 인종차별 피해를 호소했다. 라건아 선수는 에스엔에스(SNS)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댓글을 받거나, 심지어 “깜둥이”(nigger)라는 노골적 비하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브라운 선수도 “교통사고가 나길 바란다”는 저주에 가까운 발언을 들었다고 한다. 끔찍한 차별과 혐오 발언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런 식의 ‘인종차별’이 이들만 겪는 일이겠는가. 보편적 인권에 기반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쉽다.

라건아 선수는 미국 출신으로 2012년부터 한국 프로농구에서 뛰고 있다. 2018년 1월엔 ‘특별 귀화’로 이중 국적을 취득해 국가대표 주전 센터를 맡고 있다. 귀화 당시 그는 “나에게 한국은 사랑이다. 처음 왔을 때 너무 따뜻하게 맞이해줬다. 이제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팬 입장에서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어떤 이유에서든 ‘인종차별 발언’은 용납될 수 없다.

‘인종차별’은 외국에선 우리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문제다. 영국에 진출한 축구선수 손흥민은 여러차례 유럽 팬들에게 인종차별적 모욕을 당한 바 있고, 지난해엔 여자배구 대표팀이 상대 팀으로부터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찢어진 눈’ 흉내를 당하기도 했다. 일본에선 우익들의 ‘혐한 발언’으로 재일동포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 소식이 들릴 때마다 분노하면서, 왜 한국 사회에서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에겐 똑같은 행동을 하는 건지, 우리 모두가 돌아봐야 할 때다.

한국 사회가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건, 부끄럽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럽계 외국인에겐 호의적이나, 형편이 어려운 나라에서 온 이들에겐 각박한 게 솔직한 우리 모습이 아닐까 싶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도 2018년 12월 “한국의 인종차별이 심각해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사회는 여러 나라 출신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다문화 사회로 이미 변화했다. 이번 사건은, 수많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겪는 고통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체육계는 여러 종목에서 뛰는 외국 출신 선수들이 비슷한 고통을 당하진 않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이번 일이 ‘우리 안의 차별’을 되새겨 개선하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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