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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1 18:50 수정 : 2019.11.12 02:07

한국수출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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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국내 국책은행과 공기업 임직원들이 외화채권 발행 과정에서 주관사로 선정된 외국 투자은행에 ‘채용 청탁’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 경제가 위기에 빠져 달러 확보가 긴급한 상황을 이용해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사리사욕을 챙긴 것이다. 파렴치한 행태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9월 말 발표한 조사보고서를 근거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추가 확인을 한 결과, 한국수출입은행은 2009년 6월 15억달러(약 1조8300억원) 규모의 외화채권을 발행하면서 채권 발행 주관사로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를 선정했고 바클레이스는 수수료로 115만달러(약 14억원)를 받았다. 바클레이스는 주관사 선정 직전 수출입은행 고위 임원의 친구 자녀 채용 청탁과 직원의 인턴 채용 청탁을 받고 이를 들어줬다. 또 바클레이스는 2009년 4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도 10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 계약을 맺었는데, 계약 직전 한수원 정책결정자의 아들을 인턴으로 채용했다. 바클레이스가 받은 수수료는 97만달러(약 12억원)였다.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바클레이스에 벌금 630만달러(약 73억원)를 부과했다. 채용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주관사 자격을 따내는 부당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한국에서 시작된 이런 형태의 채용 비리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됐다”며 “바클레이스의 인턴 가운데 절반이 고객사와 관련이 있다”고 공개했다. 한국이 채용 비리의 원조로 지목된 셈이다. ‘국제 망신’이 아닐 수 없다.

한국 금융당국은 그동안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백보 양보해 외화채권 발행 당시에는 채용 비리를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미 증권거래위원회 보고서가 발표된 게 9월 말이다. 10년 전 문제로 시끄러워지는 일이 없도록 그냥 넘어가려 한 건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김두관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바클레이스를 주관사로 외화채권을 발행한 국내 공공기관은 수출입은행과 한수원 외에도 10곳이나 더 있다. 금융당국은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협조를 요청해,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또다른 채용 비리가 없었는지 전수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시간이 지났다고 흐지부지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채용 청탁을 대가로 주관사 선정을 했다면, 외화채권 발행 조건 등에서 국익에 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이제라도 채용 비리의 전모를 명백히 밝히고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 관련 기사 : 한국 국책은행·공기업 임원들, 바클레이스에 채용 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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