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송·통신 ‘빅뱅’ 길 튼 공정위, 소비자 보호도 만전을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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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 에스케이텔레콤의 자회사인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엘지유플러스의 씨제이헬로 인수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방송·통신업계의 이른바 ‘빅뱅’이 이뤄지게 됐다. 이르면 내년 초에는 유료방송업계가 기존의 ‘1강4중’ 체제에서 통신 3사가 주도하는 ‘3강’ 체제로 재편될 예정이다.

현재는 1위인 케이티(아이피티브이)와 케이티스카이라이프 합산 점유율이 31.1%로 브로드밴드(14.3%), 씨제이헬로(12.6%), 엘지유플러스(11.9%), 티브로드(9.6%)와 격차가 크다. 하지만 재편 뒤에는 ‘엘지유플러스+씨제이헬로’ 24.5%, ‘브로드밴드+티브로드’ 23.9%로 격차가 줄어든다.

공정거래법 7조는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인수합병)을 금지한다. 시장에서의 경쟁이 제한돼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면 불허하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 공정위는 2016년 에스케이텔레콤과 씨제이헬로의 합병에 대해 유료방송시장 등에서의 경쟁제한 우려를 이유로 불허한 바 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3년 만에 승인으로 선회한 배경에 대해 “유료방송시장의 디지털화 등 구조적 변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유료방송이 하나의 시장이었으나, 지금은 분야별로 나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피티브이 가입자 수가 이미 유선방송 가입자 수를 추월했고, 아날로그 케이블티브이 송출도 속속 종료되고 있다.

또 방송·통신의 융합이라는 산업 발전의 큰 흐름도 고려됐다. 케이블티브이와 아이피티브이의 수익·성장성이 떨어지는 반면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산업 발전과 기업 이익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피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정위도 경쟁제한 우려와 소비자 선택권 보호를 고려해 2022년까지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케이블티브이 수신료 인상, 채널 수의 임의적인 감축, 고가상품 전환 강요를 금지하는 조건을 붙였다. 앞으로 이런 시정 조처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면밀히 점검하고 불이행 사업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처해야 한다.

또 담합·불공정행위 등 예상치 못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신속히 대처

해야 한다. 공정위는 외환위기 직후 부실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이유로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를 허용함으로써 국내 자동차시장의 독과점을 고착화했다는 비난을 두고두고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