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4 18:27
수정 : 2019.11.0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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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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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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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인재영입 대상에 올랐다 ‘공관병 갑질 사건’이 논란이 돼 1차 명단에서 제외된 박찬주 예비역 육군 대장이 4일 기자회견을 했다. 박찬주 전 대장의 회견 내용은 한마디로 ‘이런 이가 대한민국의 육군 대장이었나’ 싶을 정도로 참담하기 짝이 없다. 인권의식이나 공감 능력, 안보 인식 등이 5공 군사독재 시절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이런 인물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인재영입 1호’로 내세우려 했다니, 한심할 뿐이다.
박 전 대장은 자신과 부인의 공관병 갑질 의혹을 처음 제기한 군인권센터 소장을 두고 “삼청교육대 교육을 한번 받아야 한다” “군대에 안 갔다 온 사람이 군을 무력화시키는 것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1980년대 초 전두환 신군부가 탈법적으로 시민들을 붙잡아 가뒀던 비인간적 삼청교육대를 4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충격이다.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은 군 문제를 다루면 안 된다는 식의 언변도 수준 이하다.
박 전 대장은 공관병 갑질 논란에 대해서도 궤변으로 일관했다. 그는 “지휘관이 부하에게 지시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공관에 있는 감을 따야 한다면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는가”라고 했다. 부당한 ‘갑질’과 지휘체계에 따른 ‘지시’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인권 불감증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아들을 위해 공관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고 공관병들이 돕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사회통념상 이해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권위주의에 물든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군의 안보태세에 대한 인식은 ‘곡학아세’ 수준이다. 그는 “2년 반 전만 해도 우리 군은 세계가 인정하던 강군이었는데 이 정부 출범 이후 민병대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무기나 병력 면에서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우리 정규군이 갑자기 민병대가 됐다는 것인데, 전형적인 요설이다.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군을 무력화했다는 생각도 참으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다.
박 전 대장의 실체가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황 대표는 계속 그를 영입할 것인지 묻고 싶다. 홍준표 전 대표마저 “이분을 영입한다면 우리 당은 5공 공안검사 출신이 5공 장군을 영입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일로 황 대표의 사람 보는 눈이 석연치 않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게 됐다. 꼭 홍 전 대표 말이 아니더라도 황교안 대표는 흘러간 과거의 시각으로 지금 세상을 보고 있는 게 아닌지 냉정하게 자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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