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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3 18:28 수정 : 2019.10.24 02:07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 “정시 비중 상향” 언급이 몰고 온 파장이 거세다. 교육 관련 단체들이나 교육감들의 비판성명이나 발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한편에선 이 기회에 정시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들도 나온다. 청와대 쪽에선 23일 ‘퍼센트 등이 정해진 건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혼란을 수습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발언은 절차상 적절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당·정·청은 이전부터 은밀하게 논의를 진행해왔다고 설명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국면에서 유은혜 부총리가 ‘정시·수시 비율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왔던 건 사실이다. 게다가 말 많던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정시 비율 30% 이상 권고’로 정리된 게 지난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입시제도가 바뀌는 모습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개인의견이라곤 하나 23일 김진경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수능의 서술형·논술형 문항 도입을 제안한 것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해도 연일 서로 다른 제안을 하나씩 꺼내놓는 모양새는 정부 내 엇박자를 드러낼 뿐이다.

실제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이날 청와대나 여당 관계자들의 설명을 보면, 정시 비중 상향은 유난히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이 높은 이른바 주요 대학과 지방 거점 국립대를 대상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현재 13개 대학에서 실시 중인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지렛대 삼아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거나 나아가 법률 제·개정도 검토할 수 있다고 하는데, 특정 대학의 선발 비율을 명문화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또 바람직한 건지 의문이다.

학종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신이 높은 건 부인할 수 없다. 교사들에 대한 신뢰 부족, 투명하지 않은 선발 기준에 대한 불만에 고교등급제의 온상이라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이런 비판 여론을 교사와 학교, 대학들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작은 변화만으로도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는 우리 사회에서 그 대안에 대한 논의는 신중하고 정교해야 한다. 정시 확대가 현재 추진 중인 고교학점제 정책과 모순되다 보니 이 정부에 교육철학이 있느냐는 질문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조국 전 장관 의혹이 불붙인 교육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지나치게 협소한 입시제도 문제로 치환해버리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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