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21 19:13
수정 : 2019.10.2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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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8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2019년 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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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8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2019년 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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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22일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국회가 내년 예산안 심사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9.3% 증가한 513조5천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으로 편성했다. 재정 확대를 통해 갈수록 악화되는 대내외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민간 부문이 크게 위축돼 있는 탓에 재정이 당분간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하다. 또 정부 지출 확대가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당위성과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쓰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경기 회복과 민생 안정에 필요한 예산은 충분히 확보해야 하지만 성과가 없는데도 관성적으로 편성된 낭비성 사업은 걸러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국회의 깊이 있는 심사가 요구된다. 국회가 이번만큼은 ‘졸속 심사’ ‘밀실 심사’ ‘쪽지 예산’ ‘정쟁 연계’ ‘지각 처리’ 등 이른바 ‘5대 구태’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부실 심사를 부르는 졸속 심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의 행태를 보면 여야는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다가 막판에 ‘벼락치기 심사’를 했다. 지난해에도 11월6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가 국회 차원의 예산 심사를 위한 첫 회의였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2일)을 겨우 열흘 앞둔 11월22일에야 가동됐다. 이렇다 보니 야당은 시장에서 물건값 깎듯 ‘몇조원 감액’ 식의 ‘칼질 삭감’을 주장하고 여당은 정부 원안 통과로 맞선다. 그러다 적당히 절충한다. 한푼 한푼이 국민 세금인 예산을 이런 식으로 다뤄서는 곤란하다. 국회의 권능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둘째, 졸속 심사가 반복되다 보니 예결특위 소위 안의 ‘소소위’가 막판에 중요한 사안들을 결정하는 게 관행이 됐다. 그런데도 소소위는 회의를 공개하지 않고 깜깜이로 진행한다. 밀실 심사다.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는데도 ‘나 몰라라’ 한다. 쇠귀에 경 읽기다. 올해부터는 소소위도 회의를 공개하고 회의록을 남겨야 한다.
셋째,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 지도부와 실세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끼워넣는 쪽지 예산을 없애야 한다. 요즘은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카톡 예산’으로도 불린다. 이렇게 예산을 따낸 뒤 마치 전리품인 양 지역구에 홍보를 한다. 염치없는 짓이다. 올해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더욱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넷째, 예산안 처리를 다른 쟁점 사안과 연계시키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에도 야당이 공공기관 채용 비리 국정조사 문제를 예산안 처리와 연계시키면서 심사가 지연됐다. 예산은 예산이고 정쟁은 정쟁이다. 예산안을 볼모로 삼는 일이 더는 없길 바란다.
다섯째, 헌법은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으나 지난해에도 법정시한을 6일 넘긴 12월8일 새벽 가까스로 통과됐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에 ‘예산안 자동 부의 제도’가 도입됐는데도, 첫해를 제외하고는 법정시한을 지킨 적이 한번도 없다. ‘늑장 처리’가 일상화됐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집행에 차질을 빚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도 여야 의원들의 예산안 심사 행태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내년 총선에서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국회는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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