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17 17:47
수정 : 2019.10.17 21:37
야당 ‘수사권만 조정’은 반대 ‘명분쌓기’
여당 일부, 표결 코앞에 ‘위험한 이상론’
연내 개혁입법은 ‘촛불시민’ 부여한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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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법을 비롯한 검찰 개혁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각 당 의원 1명이 참석하는 '2+2+2' 만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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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오른 검찰개혁 법안을 놓고 여야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됐다. 자유한국당은 예상대로 반대하고 나섰다. 수사권 조정은 논의할 수 있으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집권 연장 시나리오’라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분리’ 주장은 그간 태도로 보아 반대를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하다.
공수처는 그간 여러차례 이름이 변하긴 했으나 검찰개혁의 상징적 존재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도 동의했다. 윤석열 현 총장도 공수처를 포함한 개혁법안 수용 의사를 밝히고, 임명 과정에서도 이를 재확인한 바 있다.
‘조국 수사’ 이후 특수부 일부 축소 등을 이유로 패스트트랙을 대폭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온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 개혁안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이상적인 제도라서 도입하려는 게 아니다. 당연히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다. 20여년 논의 결과를 이어받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력과 현실적 여건 등을 고려해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청와대 등이 힘겹게 타협한 결과다. 무엇보다 국회 몸싸움까지 겪은 격렬한 법리·정치투쟁의 산물이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제한해 수사기관 간 견제·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데서 시작하자는 게 근본적 발상이자 핵심 구조다.
그런데 일각에서 이런 논의 과정과 근본개념을 배제한 채 이상론에 가까운 주장을, 그것도 표결 시한을 코앞에 둔 시점에 다시 끄집어내는 건 매우 유감스럽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 등은 공수처에 반대하며 수사권·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를 주장한다. 그간 태도를 보면 진정성을 가진 주장일 수 있다. 그러나 법안 표결을 앞둔 시점에까지 그런 주장을 고집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공수처법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백혜련 안’과 ‘권은희 안’을 조정하면 될 일이다. 검경 수사권도 막판 경찰 쪽 주장이 반영된 대목 등 부분적 수정의 필요성은 있을 것이나, 근본틀을 흔들면 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공수처는 특특특수부’라는 나경원 원내대표뿐 아니라, 보수언론 등에선 ‘슈퍼 공수처’ 운운하며 영장청구권·기소권 박탈까지 주장하는 모양이다. 터무니없다. 수사기관 간 경쟁·견제 구도를 통해 개혁을 이룬다는 구상 위에서, 처음 출발하는 공수처가 일정한 위상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규모를 줄였다고 하나 검찰 특수부가 여전히 존재해서 고위공직자 수사는 물론 기존의 부패 수사 권한 등에다 헌법이 보장한 영장청구권까지 갖는 마당에, 공수처를 수사권만 갖는 조직으로 출범시킨다면 있으나 마나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개혁안조차 애초 법무검찰개혁위가 만든 안에서 규모·권한 모두 후퇴한 것이다. 그럼에도 상당수 개혁 인사들이 이를 결국 용인하고 있는 것은 첫발을 떼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금 의원처럼 이상론을 펼 줄 몰라서가 아니다. 학자나 정책전문가도 아니고 정치인, 그것도 촛불시민의 책임을 떠맡은 여당 의원의 주장으론 도를 넘어섰다. 정치는 도덕윤리의 영역이 아니라 결과 책임의 영역이다. 지금 시점에 그의 주장은 자칫 검경 간 갈등을 불러, 개혁법안 자체를 무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소신으로 평가하기엔 상황이 엄중하다. 지금의 검찰개혁안은 어렵게 여기까지 왔다. 이번에도 안 되면 ‘촛불시민들’의 염원을 퇴색시키는 것일 뿐 아니라 여당도 존재의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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