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7 18:47
수정 : 2019.09.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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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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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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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하반기부터 공공기관에 의무적용된 ‘블라인드 채용’이 특권이나 불공정 요소를 줄일 뿐 아니라 조직 내 다양성과 조직적응도 등 효율성도 개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시행 2년이라 ‘장밋빛 미래’를 단언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삶의 경로 곳곳에 스며 있는 ‘불평등’ 요소를 없애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거센 지금, 제도적 해법 중 하나로 꼽혀온 블라인드 채용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보고서와 고용노동부의 우수사례집을 종합해 분석한 내용을 보면, 블라인드 채용 시행 후 조사 대상 공공기관 취업자들 가운데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자의 비율이 15.3%에서 10.5%로 4.8%포인트 줄었다. 비수도권은 38.5%에서 43.2%로 4.7%포인트 늘었고, 출신 대학 수는 10.3개에서 13.1개로 평균 2.8개가 늘었다고 한다. 물론 블라인드 채용과 함께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가 도입된 데 힘입은 부분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조직 내 다양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채용 절차와 결과의 공정성 만족도도 높게 나타났다. 좀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렇게 뽑은 신입사원의 직무역량과 조직적응도가 이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 덕분에 신규 직원 이직률이 크게 줄어드는 등 경제적 효과도 적잖았다는 점이다.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와 더불어 취업에서 ‘학벌 프리미엄’ 폐지는 우리 사회의 한 치 양보도 없는 ‘욕망’의 경쟁을 완화할 몇 안 되는 길이다. 게다가 최근 교육불평등 논란에서 보듯, 자녀의 교육에 부모의 특권 대물림이 고착되는 상황에서 학력과 출신 학교를 온전히 ‘개인의 능력지표’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런데도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인 ‘블라인드 채용법’은 학력과 출신 학교를 쓸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얼마 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이른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포함해, 블라인드 채용의 획기적인 확산 방안을 공론화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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