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7 18:16
수정 : 2019.09.27 23:48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검찰의 ‘조국 의혹’ 수사에 대해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개 경고했다. ‘검찰권 행사 방식과 수사 관행 등에 대한 개혁’ 필요성을 언급함으로써 현재의 수사가 과도하다고 지적하면서 조국 장관의 책임 여부에 대해선 “수사와 사법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도 했다. 설사 조 장관을 검찰이 기소하더라도 법원의 ‘사법절차’까지 보고 판단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전후 맥락상 ‘윤석열 검찰’이 진행하고 있는 수사에 공개적으로 불신을 드러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조국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 체제로 검찰개혁을 이루겠다는 애초 구상이 흔들리는 조짐도 엿보인다. 자칫 이 사건이 정권과 검찰의 충돌로 비화할 경우 ‘검찰개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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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5일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식 장면. 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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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검찰권 독립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 진행 중인 수사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자칫 외압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다만 초기부터 수사 착수 시기와 방식, 규모 등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제라도 검찰 스스로 그간의 행보를 차분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검찰은 이날 문 대통령 발언이 공개된 뒤 “헌법 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 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
검찰은 지금까지 조 장관 주변 인물들 소환과 집 압수수색 등을 마치고 장관 부부 조사 일정을 검토하는 모양이다. 그동안 국회 청문회 일정을 앞두고 압수수색을 하거나 청문회 막판에 소환 절차도 없이 부인 정경심 교수를 기소하는 등 ‘정치 개입’ 논란을 자초했다. 최근에는 ‘11시간 압수수색’ 비판 직후 장관과 검사의 통화 사실이 흘러나와 야당은 ‘탄핵’, 여당은 ‘내통 검사’ 색출을 주장하는 등 정치 공방을 불러왔다. 사건의 실체에 대해서도 정 교수의 사모펀드 운용사 실소유주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이 격렬하다.
‘조국 사태’는 단순히 입시 특혜를 넘어 특권층 논란 등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를 들춰냈다. ‘블라인드 펀드’ 여부 등 조 장관 해명의 진위도 도마에 올랐다. 그렇다 해도 검찰이 언론·국회가 검증해야 할 도덕성 사안이나 관행상의 편법·탈법에 형사처벌 잣대를 들고 뛰어들어 먼지털기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잖다. ‘11시간 압수수색’도, 딸의 중학 시절 일기장을 포함해 당일 두차례나 추가 영장을 청구한 검찰이나 발부한 법원 모두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기생충 수법’ 등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이 시시콜콜 공개되는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검찰이 ‘헌법 정신에 따른 수사’ 약속을 지켜 공익의 대표자로서 객관의무를 다하는 정도 수사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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