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08 17:54
수정 : 2019.09.08 19:02
|
지난 6월30일 청와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미확대정상회담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
|
지난 6월30일 청와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미확대정상회담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
미국이 잇달아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북-미 실무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6일(현지시각) 북한을 향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고 제의한 데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북한이 최근 압박성 담화를 내놓은 데 대한 미국 쪽의 응답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모든 나라는 스스로를 방어할 주권을 지닌다’는 발언이다. 북한이 강조해온 ‘자위권’을 거론하며 비핵화를 실행하면 체제 안전보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1년 동안 중대한 진전을 이루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비건 대표의 발언도 눈여겨볼 만하다.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던 그간의 태도에서 한발 나아가 ‘앞으로 1년’을 강조한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미국 쪽에서 나온 이런 발언들이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낼 만큼 효력이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달 한-미 연합훈련 종료와 함께 실무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북한의 태도는 오히려 강경해지고 있다.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며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을 향해 ‘새로운 셈법’을 들고나오라는 촉구인 셈이다.
북한은 6월30일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 이후로도 ‘하노이 협상 결렬’의 기억을 떨쳐내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마냥 미국의 태도 변화만 기다리는 것은 좋은 협상 자세가 아니다. 미국이 셈법을 바꿀 때까지 버티겠다는 벼랑끝 전술을 쓰다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미국이 실무협상을 재개하자고 요청하고 있는 만큼, 일단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기싸움만 하다가 때를 놓치면 북·미 모두 패배자가 될 수 있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