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05 18:01
수정 : 2019.09.0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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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실장이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복지 위기가구 발굴 보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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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실장이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복지 위기가구 발굴 보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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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50대 남성이 병든 어머니와 중증 장애가 있는 형을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배경엔 빈곤과 간병의 문제가 있었다. 아직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사회보장급여 제도에 뚫린 커다란 구멍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극빈층의 참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으려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한겨레>가 이 가족의 사회보장급여 내역을 입수해 들여다봤더니, 한달 수령액이 100만원을 가까스로 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 가족이 받아온 사회보장급여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국민연금 등 4가지였다. 사실상 생활 안정을 위한 모든 급여를 받은 셈이다. 그런데도 수령액이 3인 가족 최저생계비(112만여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급여를 ‘줬다 뺏는’ 삭감 규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80대 어머니가 받아온 노인 기초연금과 배우자 유족연금은 따로따로 소득인정액으로 잡혀 생계급여에서 깎여나갔을 뿐 아니라, 그나마 유족연금마저 기초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깎였다고 한다. 벌이가 없는 부양의무자에게 매기는 ‘간주부양비’도 문제로 드러났다. 둘째 아들은 노모와 형을 병간호하느라 돈을 벌지 못했지만 ‘간주부양비’는 생계급여를 깎는 데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런 식으로 다달이 71만7천원이 깎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 가족엔 생사를 가르는 금액이 되고 말았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삭감 규정은 여러 종류의 급여 사이에 중복을 막는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삭감 금액도 금액이려니와, 삭감 사유들을 보면 비용 절감에 지나치게 매달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외형만 풍부하게 치장한다고 해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나아질 리 없다. 착시효과를 일으켜 제도의 허점을 가리고, 수급권자의 박탈감만 키울 뿐이다.
보건복지부가 5일 사회보장급여 전달체계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봉천동 탈북모자 사망사건’의 대책 성격이 강해 보인다. 그러나 읍면동 원스톱 상담창구 설치와 복지멤버십 도입 등 여러 대책이 나왔으나, 시행 시기를 앞당기는 것 말고 눈에 띄는 변화는 없어 보인다. 정부는 전달체계 개선 못지않게 ‘급여 디스카운팅’을 줄이는 제도개선 작업에 서둘러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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