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02 19:29
수정 : 2019.09.0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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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개정이 아니라 자사고의 ‘단계적’ 전환을 추진해온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지난주 재지정탈락 학교들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며 또다시 한계에 봉착했다. 사진은 2년 전 시민단체들의 집회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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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개정이 아니라 자사고의 ‘단계적’ 전환을 추진해온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지난주 재지정탈락 학교들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며 또다시 한계에 봉착했다. 사진은 2년 전 시민단체들의 집회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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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대학입시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달라”고 말한 데 따라, 교육부가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야당에선 조국 후보자 논란을 덮기 위한 ‘물타기’라고 지적하지만, 논란이 이렇게 커진 데엔 입시제도의 공정성 문제가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일부에선 정시 비율의 확대를 점치기도 한다. 조 후보자 딸이 입학하던 시기의 입학사정관제와 지금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다르고 학생부 기재사항의 가짓수나 양도 크게 축소되는 등 개선되어왔다곤 하나, 상대적으로 정시가 더 공정하다는 일반인의 인식을 불식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자기소개서의 수상경력 기재 등 여전히 부모·학원의 힘이 미칠 수 있는 요소도 있다. 반면 교육현장에선 정시가 경제력에 더 좌우된다거나, 학종 확대 이후 주요 대학 합격생들의 출신 고교가 다양해진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학생들을 시험기계로 내몰았던 점수 줄세우기식 평가의 폐해 또한 명확하다. 지금은 특정 제도에 대한 섣부른 평가보다 대학들의 입시전형 ‘투명성’ 강화와 정보 공개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 제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건 학벌사회·고교체계를 포함한 근본 변화가 없다면, 몇몇 제도 개선은 또다시 미봉책에 그치고 논란은 계속 반복될 것이란 점이다. 명문대 입학이 정규직 여부 나아가 일생의 ‘계급’을 가르는 사회에선, 비록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제도라도 결국 엘리트와 상류층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질되어온 사례가 부지기수다. 엊그제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인용으로 또다시 벽에 부닥친 자사고 폐지 등 고교체계의 전반적 개편, 그리고 대학 서열 및 학벌사회 완화를 위한 전면적 논의가 필요한 때다.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도 시야에 넣어야 한다. 이번 논란이 던진 숙제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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