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01 18:29
수정 : 2019.09.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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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0일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 열린 ‘살리자 대한민국! 문 정권 규탄 부산·울산·경남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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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0일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 열린 ‘살리자 대한민국! 문 정권 규탄 부산·울산·경남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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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30일에 열린 ‘살리자 대한민국! 문재인 정권 규탄 부산 집회’에서 대놓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며 “서울 구청장 25명 중 24명이 민주당인데 그중에서 20명이 광주, 전남, 전북이더라”라고 말했다. 서울 구청장은 서울시민이 직접 선거로 뽑았다.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지역감정을 선동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전국을 돌며 장외집회를 이어가겠다고 하는데, 서울 시민들 앞에서는 또 뭐라고 둘러댈 텐가.
또 나 원내대표는 “부산 지역 아파트 값이 100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의 자영업자들, 제조업자들, 그리고 우리 기업인들 다 힘들다고 한다”고도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한 보수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 ‘대구·부산엔 추석이 없다’를 떠오르게 한다.
지역감정 조장은 이 땅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구태정치다.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김기춘씨가 부산 지역 기관장들을 불러 모아 놓고 지역감정 조장을 통한 노골적인 관권선거를 모의한 것을 우리 국민, 특히 부산시민들은 잊지 않고 있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김광일 민주국민당 최고위원은 “이번에도 실패하면 우리 모두 영도다리에서 빠져 죽어야 한다”며 부산시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우리 사회는 지역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온갖 노력을 기울여왔다. 오죽했으면 2004년 지역감정을 해소하려는 취지로 자동차 번호판에서 지역명을 빼기까지 했겠는가.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지역주의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힘겨운 도전을 해왔고, 차츰 그 결실을 맺고 있다. 나 원내대표도 지난 1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치의 문제점은 지역감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기 발언을 식언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한동안 잠잠하던 지역주의 발언이 올해 들어 황교안 대표 등 자유한국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잦아지고 그 수위도 높아져왔다. 지역주의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인식은 촛불을 들어 민주주의를 복원한 우리 국민의 머릿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철 지난 구태정치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국민의 외면 말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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