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30 17:38
수정 : 2019.08.3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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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한 29일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입구에 걸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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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한 29일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입구에 걸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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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대법원이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뒤 이른바 보수 언론매체를 중심으로 예의 ‘삼성 위기론’이 쏟아졌다. 재벌 총수의 사법 처리 때마다 불거지는 익숙한 장면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만에 하나 삼성이 흔들리게 되면 누가 그 뒤를 감당할 수 있나. 그런 일은 정말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까”라며 위기감을 키웠다. 또 “삼성의 사령탑이 비상 경영이 아니라 법정 싸움에 온 정력을 소비해야 하게 됐다”고도 했다. 마치 이 부회장이 아무 잘못도 없는데 사법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저질러진 불법 행위 탓에 재판을 받는 실상을 호도하는 주장이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 전체에 큰 사달이 날 것처럼 분위기를 묘사하는 주장도 쏟아졌다. <중앙일보>는 경제단체의 우려를 전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악재가 더해졌는데 삼성 ‘시계 제로’ 상황이 한국 경제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단체인 전경련은 논평에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에 크나큰 악영향을 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 부회장 개인에게 닥친 법적 위기를 삼성이란 기업의 경영활동, 나아가 한국 경제 전체의 위기로 연결짓고 있다. 억지이자 억측이다. 아니라면 이 부회장이 구속돼 있던 2017년 삼성전자 매출이 대폭 늘어난 사실에는 뭐라고 답할 것인가.
법원 판결은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할 뿐이다. 판결의 잘잘못은 법리로 따질 일이지, 기업 경영이나 나라 경제에 대한 영향의 대소를 거론할 계제가 아니다. 더욱이 불법 행위에 대한 단죄가 이뤄져 윤리·준법 경영의 틀이 잡혀야 궁극적으로는 기업에도 유익하다. 이 부회장이 횡령·뇌물 공여로 기업에 끼친 유무형의 손실을 고려해보라.
삼성 위기론은 이 부회장의 구속 시점과 1·2심 판결 때도 자주 등장했지만 사실이 아님이 진작에 드러났다. 기업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근거 없는 위기감을 퍼뜨리기보다 “과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삼성의 약속을 감시하고 격려하는 데 더 힘을 보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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