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29 19:11
수정 : 2019.08.3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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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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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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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올해 9.5%에 이어 2년 연속 9%대 증가율이다. 세계 금융위기 대응을 위한 2009년 예산(10.6% 증가) 이후 최고 수준의 확장적 재정이 이어지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내년도 예산은 일본의 경제보복 와중에 ‘강한 경제, 강한 나라’로 가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은 예산”이라고 밝혔다.
우리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국내적으로는 소비·투자·수출 부진이 길어지면서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 세계 주요국들의 경기 부진, 미-중 무역전쟁 격화, 일본 경제보복, 홍콩 사태, 브렉시트 등 대외 악재들이 중첩되고 있다. 대내외 여건 악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불가피하다.
내년 예산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 하강에 대응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27.5%), 연구·개발(17.3%),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회간접자본(12.9%), 취약계층 지원 등 보건·복지·노동(12.8%) 등에서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에 맞서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도 올해보다 2배 가까이 많은 2조1천억원이 편성됐다.
보수 야당·언론은 내년 예산안을 ‘총선용 세금 퍼주기’ ‘현금 살포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한다. 세수 사정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재정 지출 확대는 재정 건전성 악화를 불러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길 것이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재정 건전성 수치가 나빠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재정 지출이 늘어나는 반면 세수 전망은 어둡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법인세 등이 줄어 내년 국세 수입이 올해보다 0.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60조2천억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 부족한 재원을 충당할 계획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37.1%에서 내년 39.8%로 높아지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10.5%에는 한참 못 미친다. 또 최근 세계적인 저금리 추세 덕분에 국채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도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이 우리 정부에 확장적 재정 운영을 권고하는 이유다. 이처럼 재정 확대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이를 무조건 반대하는 보수 야당·언론의 태도는 옳지 않다. 정략적 의도마저 읽힌다.
관건은 예산의 효율적인 사용이다.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쓰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 운영이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어 소비·고용·투자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곳에 재정을 과감히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관성적으로 예산을 늘린다면 세금 낭비를 부를 뿐이다.
내년 국방 예산을 50조2천억원으로 올해보다 7.4% 늘린 것도 과연 적정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근 일본과의 긴장 고조와 북한의 미사일 실험 등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 군축 실현이라는 중장기적 과제에 비춰볼 때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보수정권 시절에 비해서도 현저히 높은 국방비 증가는 국회에서 다시 한번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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