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9 18:11
수정 : 2019.08.1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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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지난 1일 밤 술에 취한 채 기자들에게 추경 심사 진행 상황에 관해 말하고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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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지난 1일 밤 술에 취한 채 기자들에게 추경 심사 진행 상황에 관해 말하고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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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인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자기 당 의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내년도 예산 관련 민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언론 보도를 보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국회에서 두달 넘게 발이 묶여 있던 지난달 9일 김 위원장은 “당 소속 의원들이 관심을 가진 핵심 사업(1건)을 취합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최대한 반영하고자 하니 12일까지 회신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내년도 예산안에 집어넣고 싶은 지역 민원 사업을 1건씩 알려주면 반영해주겠다는 것이다. 예산 심의 때 지역구 민원 사업을 끼워넣는 음성적 관행인 ‘쪽지 예산’을 아예 대놓고 주고받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 공문을 다른 당 의원들에게는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소속 정당을 넘어 중립적인 위치에서 예산 심의를 총괄해야 할 예결위원장이 민원 창구 노릇을 자처하고 제 식구 챙기기에 골몰했다니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정상적인 예결위원장이라면 공정하고 합리적인 예산 편성을 위해 쪽지 예산을 막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예결위원장 자리를 당리당략에 악용한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번 추경을 “총선용”이라며 100일 가까이 발목을 잡았고 끝내 청년 취업과 저소득층 생계 지원 예산 등 무려 8600억원을 삭감했다. 심지어 형편이 어려워 미세먼지 마스크를 살 수 없는 저소득층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기 위한 예산까지 반토막을 냈다. 그러면서 뒤로는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바빴던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하는 국회의 재정 통제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예결위의 추경 심사를 중단시켰다. 그래 놓고 예결위원장의 영향력을 이용해 자신의 지역구 폐기물 관련 예산은 애초 정부안인 18억2천만원에서 99억5천만원으로 5배 늘렸다. 몰염치하기 짝이 없다.
김 위원장은 이미 ‘음주 추경 심사’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여야가 막바지 협상을 벌이던 지난 1일 저녁에 슬며시 사라졌다가 밤늦게 술에 취한 채 국회로 돌아온 것이다. 이 때문에 추경 심사가 지연됐고 결국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 대응 예산을 담은 추경은 아베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뒤에야 통과됐다.
스스로 자격 미달임을 드러낸 김 위원장은 예결위원장을 사퇴하는 게 옳다. 사퇴를 거부한다면 국회가 예결위원장을 교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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