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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4 17:22 수정 : 2019.08.04 18:56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 목동 빗물펌프장 사고가 전형적인 인재였음이 경찰 수사를 통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시·양천구는 인명 사고를 막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어느 단계에서도 제대로 된 재난 방지를 하지 못했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후진국형 안전사고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사고가 난 목동의 신월 빗물펌프장은 2013년 5월 공사가 시작돼 시범 운영 중이었다. 비가 내려 지상 저류소의 수위가 높아지면 수문이 자동으로 열려 빗물을 지하 저류소로 흘려보낸 뒤 안양천으로 빼내 침수를 막는 시설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7시 인천과 경기 김포·동두천 등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30분 뒤엔 서울과 경기 광명·시흥 등으로 확대됐다. 이처럼 호우가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이날 오전 7시10분 현대건설의 협력업체 직원인 구아무개(65)씨와 미얀마 출신 ㄱ(23)씨가 지하 저류시설 점검을 위해 수로로 들어갔다. 이들을 위험 상황에 방치한 현대건설과 협력업체의 책임을 우선 묻지 않을 수 없다.

오전 7시38분 양천구청 관계자가 현대건설에 위험 상황을 알렸으나 2분 뒤부터 수문은 개방되기 시작했다. 작업자가 있었는데도 수문을 닫지 않은 데 대해 양쪽이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 조사 결과를 보면 이처럼 위험한 작업을 지시하면서 매뉴얼 등 제대로 된 안전대책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한 대목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작업자들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오전 8시15분께 유일한 탈출구인 방수문을 닫아버린 일이다. 현대건설과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작업자들이 계단에 올라가 물살을 피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방수문을 서둘러 닫은 데 대해선 ‘전기제어실 기계에 이상이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사람보다 기계가 더 중요했단 말인지 말문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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