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2 21:03
수정 : 2019.08.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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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1일 밤 술에 취한 채 기자들에게 추경 심사 진행 상황에 관해 말하고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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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1일 밤 술에 취한 채 기자들에게 추경 심사 진행 상황에 관해 말하고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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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83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2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의 이번 추경 처리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역대 최악’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무엇보다 ‘늑장 추경’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추경의 생명은 타이밍이다. 신속히 투입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데, 정부가 지난 4월25일 국회에 추경을 제출한 지 99일 만에 통과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 당시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으로 107일 걸린 2000년 추경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길다. 이번 추경은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과 발목잡기 탓에 석달 넘게 허송세월을 하며 골든타임을 놓쳤다. 추경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게 됐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추경 심사 막바지였던 1일 밤 벌인 ‘음주 추경 심사’도 기가 막힐 노릇이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는 도중 횡설수설하거나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추경 심사를 총괄하는 예결위원장이 술에 취해 있었다니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 보니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 대응 예산을 담은 추경과 국회의 ‘수출규제 철회 촉구결의안’이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이후 통과됐다. 무책임하고 무능한 모습을 국민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다.
추경 규모가 애초 정부가 제출한 6조7천억원에서 8700억원 삭감된 것도 문제다. 아베 정부의 경제 보복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 2732억원 등 5천억원이 증액된 것을 감안하면 1조3700억원 줄어든 것이다. 대부분 경기 하강 대응 예산이다.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대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재정 확대가 절실한데도 경기 하강 대응 예산 4조5천억원 중 3분의 1이 날아간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것은 재정 지출이다. 경제성장률(전기 대비)이 올해 1분기 -0.4%에서 2분기 1.1%로 반등한 것도 적극적인 재정 집행 덕분이다. 무슨 생각에서 이렇게 대폭 삭감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심도 있는 심사를 통해 조정을 했다면 이해할 수 있겠으나 그것도 아니다. 총액 3조6천억원 삭감을 주장하는 자유한국당과 원안 유지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절충한 것이다. ‘졸속 심사’가 아닐 수 없다.
비록 추경 통과는 골든타임을 놓쳤지만 집행만은 속도를 내야 한다. 경기 하강을 막고 민간 투자의 마중물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정부는 추경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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