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31 19:20
수정 : 2019.07.3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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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원내대표 윤소하 의원 사무실에 협박 편지 등이 담긴 소포를 보낸 혐의로 체포된 유아무개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운영위원장(가운데)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31일 오전 서울 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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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원내대표 윤소하 의원 사무실에 협박 편지 등이 담긴 소포를 보낸 혐의로 체포된 유아무개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운영위원장(가운데)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31일 오전 서울 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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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의 국회의원실로 협박 편지와 커터칼, 죽은 새가 담긴 소포를 보낸 유아무개씨가 31일 구속됐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서울운영위원장인 유씨는 묵비권을 행사했지만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씨 혐의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경찰의 조작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이 미쓰비시 서울사무소 농성, 후지텔레비전 기습시위 등 반일 운동으로 국민 지지를 얻으니 극우 적폐세력이 탄압에 나섰다는 것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되레 경찰 수사에서 확인된 유씨 행적은 계획된 범행이라는 데 설득력을 더한다. 그는 윤 의원에게 ‘민주당 2중대 앞잡이’ ‘문재인 좌파독재 특등 홍위병’ 등의 비난이 담긴 협박 편지와 커터칼 등을 ‘태극기 자결단’ 명의로 보냈다. ‘태극기 부대’ 등 극우 세력이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연대한 정의당에 노골적 적대감을 드러낸 것처럼 꾸민 셈이다. 유씨는 거주지에서 1시간 이상 이동해 무인 택배로 소포를 보냈고, 귀가할 때는 대중교통을 7차례 갈아타고 옷을 갈아입는 등 수사를 피하려 치밀하게 움직였다고 한다. 법원도 수사 결과를 받아들여 유씨의 범죄가 소명된다고 봤다.
이번 사건은 진보단체 간부가 진보정당 의원을 협박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진보의 가치를 이렇게 저버릴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진보든 보수든, 어떤 이유로도 의회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여야 정당은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에 따라 정치적 연대를 하고, 그런 입법 활동으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자유가 있다. 자신의 가치와 다른 정치적 선택을 했다는 이유로 정당 원내대표를 협박하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야만 행위’다.
유씨 구속을 진보적 청년·학생 단체 전체를 매도하는 데 악용해서도 안 될 것이다. 유씨 행동에 배후가 있는지는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철저히 가려내야 하지만, 섣부른 예단을 가질 일은 아니다. 다만, 대학생진보연합이 ‘경찰의 조작수사’를 주장하는 건 책임있는 행동이 아니다.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먼저다. 극단적 행동은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이번 사건을 우리 사회가 좌우의 극단적 이념주의에서 벗어나 성숙한 민주사회를 향해 한 걸음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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