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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7 20:30 수정 : 2019.07.17 21:29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카운터파트인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카운터파트인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방한 중인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17일 한-일 갈등에 대해 “미국은 우방이자 동맹으로서 문제 해결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민감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조속히 해법을 찾길 희망한다”고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갈등이 심화해 동북아에서 미국의 안보 이익이 훼손되고 경제적으로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교란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미국이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틸웰 차관보의 발언은 최근 한-일 갈등과 거리를 둬온 미국 정부 태도와는 조금 결이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며칠 전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금은 한-일 관계를 중재하거나 개입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스틸웰 차관보 자신도 지난주 일본에서 “미국은 한-일 갈등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한-일 양국에 조속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면서 양국의 외교적 노력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이다. 미국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 내용을 밝히진 않았고 실제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만, 한-일 두 나라의 외교적 해결 노력을 촉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작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개입’ 여부와 관계없이, 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것은 결국 한국과 일본 정부 두 당사자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누구도 두 나라를 대신해서 이 사안을 해결해줄 수는 없다. 더이상의 무역 갈등으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두 나라 정부는 조건 없이 외교적 협의에 나서길 촉구한다.

일본은 1965년 청구권협정에 따른 ‘중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금의 갈등 양상은 중재위로 풀어낼 만큼 단순하지가 않다. 중재위를 고집하기보다는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외교 협상에 열린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 한국도 양국 기업의 출연금으로 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1+1 방안’ 외에 다른 방안들에 대해서도 좀더 유연한 태도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앞으로 일본의 추가 보복이 나오고 이에 우리 정부도 맞대응하는 양상이 되면 한-일 관계는 정말 돌이키기 힘든 상황으로 빠질 수도 있다. 스틸웰 차관보의 권고대로 두 나라는 늦기 전에 협상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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