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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7 19:40 수정 : 2019.07.17 20:03

문화방송(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의 화면 갈무리
<조선일보> 등이 일본어판에서 일본 극우가 선호할 만한 표현으로 기사 제목을 고쳐왔다고 한다. 악화일로의 한-일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그랬다면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분명하게 해명하고 잘못한 점은 사과하는 게 옳다.

이런 사실은 최근 <문화방송>(MBC)의 한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이어 언론시민단체들이 16일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고, 17일에는 청와대 대변인이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청와대가 특정 언론의 기사를 문제 삼는 게 모양 좋을 리 없겠지만, 특히 국익이 걸린 사안에서 중요한 건 사실관계일 것이다. <조선일보>는 7월4일치 기사 ‘일본의 한국 투자 1년 새 -40%, 요즘 한국 기업과 접촉도 꺼려’라는 제목을 일본어판에선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의 투자를 기대하나’로 고쳤다고 한다. 4월26일치 ‘어느 쪽이 친일이고, 무엇이 나라 망치는 매국인가’라는 ‘박정훈 칼럼’ 제목은 일본어판엔 ‘반일로 한국을 망쳐 일본을 돕는 매국 문재인 정권’으로 올랐다. 한국과 문재인 정부 비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제목들이다.

우리말을 외국어로 옮길 때 어느 정도 의역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들 신문의 일본어판 제목은 그런 ‘의역’을 넘어 ‘의도적인 왜곡’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그렇게 제목을 고친 기사들은 일본 포털의 화면 상단에 노출됐다고 한다. 졸렬하고 무책임하다. 이런 행태는 첨예한 대결로 치닫는 한-일 관계를 더욱 악화시킨다. 무엇보다 아베 정부를 비롯해 일본 우익 세력이 한국 여론을 오판해서 잘못된 결정을 하도록 만들 우려가 크다. 실제로 문화방송과 인터뷰한 일본 극우집회 참가자들은 이 기사들을 전적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기사는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를 공격하고 일본 내부의 ‘혐한’ 여론을 확대 재생산하는 빌미가 될 뿐 아니라, 다시 국내로 돌아와 야당이 정부를 공격하는 논리로 되먹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수 신문이 문재인 정부 외교를 ‘실패’라고 비판한다면, 잣대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건 그들의 판단 영역일 수 있다. 하지만 ‘팩트’는 정확해야 한다. 일본어판 제목을 그렇게까지 바꾼 건 의도적으로 ‘팩트’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아무리 일본 포털 조회수나 정파적 이해가 중요하다 해도 언론으로서 적절한 선은 지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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