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총파업 돌입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결의를 다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총파업 돌입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결의를 다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공공부문의 잇단 파업이 코앞에 닥쳤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교육당국과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3일로 예정된 총파업을 취소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은 5일까지 우정사업본부와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9일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노동존중 사회’라는 큰 방향은 선언했지만 구체적인 ‘어려운 숙제’는 피해온 정부의 책임이 작지 않다.
3일 파업은 급식노동자 등 학비노조뿐 아니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부문이 결합한 최초의 ‘비정규직 연대파업’이다. 민주노총 쪽은 사흘간 1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수 일각에선 이를 두고 ‘촛불정부의 지분을 요구하는 민주노총의 전략’이라 비난하지만, 이들 하나하나의 요구는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하다.
정부는 2년 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며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전환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예외를 인정했지만, 현실에선 ‘묻지마 자회사’ 전환이 빈발했다. 법원 1·2심에서 ‘불법파견’이란 판결이 나왔는데도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1400여명 톨게이트 노동자를 해고한 최근 도로공사 사례는 그중 하나다.
불가피한 경우 자회사 방식을 택할 수는 있다고 본다. 문제는 자회사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끝’이라고 보는 지금 기류다. 기존 정규직과의 격차·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예산 확보나 제도적 개선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며 자회사의 불가피함을 설득해도 부족할 판에, 정부는 그동안 ‘전환율’ 발표에 더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최저임금, 탄력근로제,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의 노동 관련 정책은 연이어 유턴하는 모양새다. 노동계에서 정부 불신이 커가고 ‘희망고문’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공공부문 일자리 충원에 대한 자유한국당 반대나 기존 정규직의 반발 등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을 설득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3년차에 접어든 공공부문 노동정책을 노동계와 함께 체계적으로 중간점검하고 근본적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잇단 파업 상황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한 노-정 협의체 구성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노동계 또한 비정규직의 전환과 처우 개선이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갖추기 위해선 보다 전향적인 대안 제시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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