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30 20:06
수정 : 2019.06.3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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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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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한 땅 밟은 첫 미국 대통령
전 세계가 놀란 3차 북-미 정상회담
후속 협상서 ‘포괄적 합의’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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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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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30일 분단과 냉전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나 손을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원 속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굳은 악수를 나눴다. 지난해 4·27 남북 정상회담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판문점 북쪽 지역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남쪽 지역으로 내려왔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땅을 밟은 첫 미국 대통령이 됐다. 참으로 역사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김 위원장은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첫 일성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미 두 정상은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사실상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했다. 분단의 상징을 평화의 상징으로 바꾸는 뜻깊은 사건이다. 남·북·미 세 정상의 만남과 전격적인 북-미 3차 정상회담이라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파격의 연속에 세계가 놀랄 일이다.
세 정상이 한자리에서 모인 것은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과는 또 다른 차원의 역사적인 만남이다. 한반도 문제 운전자로서 문 대통령의 적극적이면서도 일관된 ‘촉진자’ 역할이 만들어낸 성과이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향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이루어낸 세계사적 ‘빅 이벤트’라고 할 만하다. 분단과 전쟁의 당사자인 세 나라의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남으로써 66년 동안 지속된 한반도 정전 체제가 종식되는 사실상의 종전선언 효과를 만들어낸 전환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세 정상의 판문점 만남이 한반도 평화와 완전한 비핵화, 북-미 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향한 큰 발걸음이 되기를 기원해 마지않는다.
세 정상의 판문점 상봉은 사나흘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지난해 봄 이후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파격의 연속이었지만, 이번 판문점 남·북·미 정상의 만남이야말로 파격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순간에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트 제안’과 다섯시간 만에 북한에서 온 신속한 응답이 만 하루 만에 한반도 냉전 해체 장도에 되돌아갈 수 없는 커다란 이정표를 세웠다.
이 획기적인 만남은 남·북·미 사이에 물밑 교섭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주고받은 것이 이 만남의 토대가 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론 김 위원장은 사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이야기했지만, 아무리 예고 없는 만남이라 해도 물밑 교감이 없었다면 이런 전격적인 만남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판문점의 역사적인 만남은 비핵화 협상을 살려내고 중단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남·북·미 3자의 노력이 일궈낸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세 정상의 동시 만남만큼이나 중대한 사건은 판문점이라는 역사적인 현장에서 북-미 정상이 사실상 3차 정상회담을 했다는 사실이다. 북-미 두 정상은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의 결렬이 만든 앙금을 깨끗이 씻어내고 극적인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회담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몇 주 동안 실무팀이 북한 쪽과 만나 ‘포괄적 합의’를 위한 실무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 회담에서 북-미 두 정상은 중요한 쟁점을 확인하고 향후 합의를 위한 얼개를 그렸다고 볼 수 있다. 길어지던 교착상태를 끊고 새로운 시작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이번 약식 회담은 그 의미가 크다. 2~3분으로 예상했던 만남이 1시간 가까운 단독 회담으로 길어진 것도 그 자체로 향후 협상을 밝게 전망하게 하는 일이다. 김 위원장이 즉답은 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도 북-미 관계의 급진전을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판문점 정상 만남은 북-미 대화에 ‘톱다운’ 방식이 여전히 유효하며 사실상 유일한 해법임을 입증했다고 할 수 있다. 하노이 결렬로 일시 위축됐던 김 위원장의 입지도 이번 3자 회동으로 다시 강화됐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도 북-미 관계의 촉진자로서 제 역할을 듬직하게 해냄으로써 한반도 문제 운전자로서 위상을 높였다. 이 만남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어느 때보다 빠른 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이번 만남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한 중대한 돌파구이기는 하지만 아직 본론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비핵화와 북-미 관계 진전이 뒤따라야 한다. 앞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북-미 협상의 유연한 접근 필요성’을 강조했고, 싱가포르 합의 정신으로 돌아가 모든 사안을 ‘동시·병행적으로’ 풀어갈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동시적 해법과 어느 정도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열릴 북-미 실무협상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확실한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북한이 ‘체제 안전 보장’과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처’를 중대 관심사로 표명한 만큼 이 문제에서 북-미 사이에 실질적인 합의가 나와야 할 것이다.
남·북·미 세 정상의 만남과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담은 한반도 냉전 해체와 정전체제 종식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런 역사적인 의미에 걸맞은 후속 조처가 나올 때에만 이번 만남이 한반도 평화 진전의 진정한 동력이 될 수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지난 2월 하노이 결렬의 트라우마를 씻어내고 북-미가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도록 두 나라의 적극적이고 의욕적인 협상이 뒤따라야 한다. 세계를 놀라게 한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이 한반도 냉전의 영구적 해체와 완전한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 협상과 북-미 관계 전환의 신속한 진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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