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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3 18:43 수정 : 2019.06.23 19:20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됐다. 경찰과 검찰은 그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공용물건 손상, 일반교통방해, 공동건조물 침입,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해 5월과 올해 3, 4월 세차례 국회 앞 집회에서 불법행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다.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합원 100만명이 넘는 노동조직의 대표자가 구속된 것은 혐의 적용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더없이 안타까운 일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은 역대 5번째다. 그러나 김 위원장 구속은 과거 사례와 동일 선상에 놓고 보기 어려운 면이 적지 않다. ‘노동 존중’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에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건 정부의 노동 정책 전반에 심각한 비상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노동계의 심리적인 반발도 그만큼 거세질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내부의 강경 분위기에도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던 점까지 고려하면 양쪽이 안전판 없는 힘의 대결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오는 26일 울산 현대중공업 앞 전국노동자대회를 시작으로 다음달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18일 총파업대회를 잇달아 계획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이 격론 끝에 각종 정부 위원회에 계속 참가하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본다. 특히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계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라는 점에서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어렵게 찾아온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의 기회도 투쟁의 와중에 놓쳐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사태를 냉정하게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김 위원장이 주도한 세차례의 집회가 어떤 배경에서 이뤄졌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탄력 근로시간제의 확대는 ‘노동 존중’ 정책의 가치와 효과를 희석하고, 경제 부진의 부담을 노동 정책에 전가하는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민주노총 역시 여론 지형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현실에서 강경 일변도의 투쟁만으로 국민의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음을 엄중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안팎으로 ‘노동 전환’의 압박이 몰아치는 시기다. 노-정 관계의 파국을 막지 못하면 양쪽 누구도 바라지 않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대화의 의지를 내려놓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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