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23 18:17
수정 : 2019.06.2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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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 21년 만에 파나마에서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아들 정한근씨가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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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 21년 만에 파나마에서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아들 정한근씨가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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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4남 정한근씨가 국외 도피 중 체포돼 국내로 전격 압송됐다. 1998년 한보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돼 322억원을 스위스로 빼돌린 혐의로 조사받다 잠적한 지 무려 21년 만이다. 정 전 회장 역시 2007년 강릉영동대의 교비 72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받다 치료를 이유로 일본으로 출국한 뒤 12년째 행방이 묘연하다고 한다. 잊고 있었으나 새삼 충격이 아닐 수 없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터진 한보그룹 부도와 뇌물 비리 사건은 우리 경제와 정치 전반에 회오리를 몰고 왔다. 환자복 입고 휠체어에 탄 채 검찰과 법원을 오가던 정 전 회장의 모습은 정경유착의 상징이자 부도덕한 기업인의 전형으로 깊이 각인됐다. 오랜 시간이 지나긴 했으나 검찰은 이번 기회에 정 전 회장까지 법정에 세워 범죄자는 끝까지 단죄한다는 교훈을 남겼으면 한다.
검찰이 밝힌 정씨의 그간 행적은 엽기적이다. 1998년 한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 행적을 감춘 그는 곧바로 국외로 밀항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후 개명한 한국인의 원래 이름으로 신분을 세탁해 캐나다와 미국에서 각각 영주권과 시민권까지 취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원점에서 가족들의 행적을 정밀 추적하던 검찰의 지문정보 확인으로 결국 꼬리가 잡혔다. 에콰도르에서 미국으로 출국하려다 경유지인 파나마 공항에 구금되면서 도피 행각도 막을 내렸다. 검찰의 집요한 추적에 박수를 보낸다.
정 전 회장은 2007년 해외유전개발 프로젝트 명목으로 일본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건너갔다 정부가 범죄인 인도요청을 하자 옆나라인 키르기스스탄으로 달아났다. 그러면서도 국내 재산 유지를 위한 법 절차는 꼬박꼬박 진행해왔다고 한다. 정씨 부자가 체납한 세금만 2500억원이 넘는다. 10여년이 지났어도 법망을 피해다니며 공권력을 비웃는 행태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검찰은 정 전 회장 추적에도 심혈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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