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23 18:16
수정 : 2019.06.2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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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무실로 보이는 곳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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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무실로 보이는 곳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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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 간 서신을 주고받는 ‘친서외교’가 재현되고 있다. 며칠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했는데, 이번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훌륭한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최근 몇달 동안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지만, 두 정상 간 우의와 신뢰는 간단없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더욱이 이번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중 정상 간 연쇄 회동이 예고된 시점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북-미 간 대화 복귀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김 위원장은 친서를 읽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다”며 만족을 표시했다고 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며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반응에서 짙은 호의가 묻어난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신중히 검토해볼 만한 중요한 제안이 들어 있음도 내비치고 있다. <노동신문> 등은 이를 1면에 대대적으로 보도했는데, 북한 매체의 친서 관련 보도는 전례 없는 일이다. 그만큼 북한이 이번 친서를 뜻깊게 받아들인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매우 따뜻하고 멋진”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편지는 이에 대한 답신 성격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은 과거 두차례 회담 추진 과정에서 뜻밖의 난관에 부닥쳤을 때 편지를 주고받으며 대화 의지와 신뢰를 재확인한 전례가 있다. 이번 서신 교환도 지난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길을 잃은 협상을 다시 제 궤도에 올려놓는 지렛대가 되길 바란다.
이번 서신 교환은 시기적으로 지난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과 이번주 미-중 정상회담 사이에 공개됐다. 시 주석의 방북이 무역분쟁 중인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카드’를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깎아내리는 시각도 있지만, 꼭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주 시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인내심을 유지하겠다”고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대화 의지를 밝혔다. 이에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한다고 화답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이번 친서에 적극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시 주석이 며칠 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대화 의지를 전달하는 데 더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마친 뒤 한국을 찾아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정부는 남·북·미·중 4자 간 외교무대가 평양에서 오사카를 거쳐 서울로 이어지며 펼쳐지는 이번 기회에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복원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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