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20 18:34
수정 : 2019.06.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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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우정노동조합이 20일 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강아무개(49)씨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씨는 1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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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우정노동조합이 20일 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강아무개(49)씨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씨는 1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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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명의 집배원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9명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강아무개(49)씨가 1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씨가 출근을 하지 않은 채 연락이 되지 않자 동료들이 집을 찾아갔다가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강씨를 발견했지만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고 한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은 강씨가 특별한 지병이 없었고 지난 3월 건강검진에서도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은 점을 들어 과로사라고 주장한다. 당진우체국은 전국 우체국 가운데서 업무량이 많은 곳이라고 한다.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집배원의 잇따른 사망이 사회문제가 되자 우정사업본부는 2017년 8월 노사와 전문가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을 만들었고 지난해 10월 실태조사 결과와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전체 집배원 1만6697명의 1명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2017년 기준 2745시간으로, 한국 임금노동자의 평균 2052시간보다 693시간 길다. 연간 87일을 더 일하는 것이다. 노동시간이 3000시간이 넘는 집배원도 1388명이나 됐다. 2008~2017년 10년 동안 166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는데 장시간 노동과 안전사고 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업무량·작업환경·보상 등을 측정한 ‘직무 스트레스’가 소방관보다도 높게 나왔다.
기획추진단은 정규직 집배원 2000명 증원과 토요일 근무 폐지 등 개선 대책을 노사 합의로 제시했다. 인력 증원은 2019년 1000명을 증원하고 나머지는 추가 재정을 확보해 단계적으로 늘릴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가 우편사업 적자를 이유로 집배원 증원 등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고 올해도 집배원 사망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우정노조는 20일 강씨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상반기에만 9명의 집배원이 과로 등으로 숨졌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우정사업본부는 돈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우정노조는 24일 파업 찬반투표를 하고 다음달 9일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 문제는 더이상 우정사업본부에만 맡겨서는 해결할 수 없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편지와 엽서 등 우편 물량이 줄어들면서 우정사업본부의 우편사업은 2011년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1450억원의 적자를 냈다. 우편사업은 공공 서비스여서 적자가 난다고 요금을 올리기도 어렵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농어촌이나 도서지역의 우체국을 없앨 수도 없다. 우편 물량은 감소했지만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로 집배원의 업무량은 되레 늘어났다.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집배원만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사업에선 적자를 내고 있지만 예금·보험 등 금융사업에선 지난해 5000억원의 흑자를 냈다. 정부가 우정사업법을 개정해 금융사업 수익으로 우편사업의 손실을 충당할 수 있게 하거나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인력 증원 등 노동조건 개선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계속 뒷짐만 지고 있으면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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