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9 18:23
수정 : 2019.06.1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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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북한 주민 4명이 탄 어선이 군경의 제지를 받지 않고 삼척항에 들어왔다. 북한 주민들은 근처를 산책하던 우리 주민들과 대화까지 했다. <한국방송>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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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북한 주민 4명이 탄 어선이 군경의 제지를 받지 않고 삼척항에 들어왔다. 북한 주민들은 근처를 산책하던 우리 주민들과 대화까지 했다. <한국방송>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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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57시간이나 우리 해역에 머물며 삼척항에 정박할 때까지 해군과 해경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 19일 드러났다. 어선에서 내린 북한 선원은 우리 주민에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산책 나온 주민의 신고를 받고서야 군경이 출동했다고 하니 코미디도 이런 블랙코미디가 있을까 싶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해상 경계에 구멍이 뚫릴 수 있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번 사건의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4명의 선원을 태운 북한 어선(소형목선)이 북방한계선을 넘어 우리 쪽 해상으로 진입한 건 지난 12일이었다. 이 어선은 3일간이나 해군의 작전 책임구역 안에 머물렀지만 전혀 발견되질 않았다. 급기야 15일 해가 뜬 이후엔 삼척항까지 들어와 정박하고 육지에 내렸다고 한다. 자진 월남이어서 다행이지 만약 무장 침투였다면 어땠을까 가슴이 서늘하다. 당시 동해상엔 북한 어선의 활동이 많아 해군이 평소보다 조밀하게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고 합동참모본부는 밝혔다. 아무리 해상이 넓어 어려움이 많다고 해도, 경계작전을 강화했을 때가 이렇다면 평소엔 어떨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해상·해안 레이더의 운용이나 다른 감시장비 투입, 해안 경비태세 문제점 등을 철저히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더구나 군당국이 북한 어선의 발견 경위를 여러 차례 거짓말한 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처음엔 표류하는 북한 어선을 우리 어선이 발견해 삼척항으로 예인했다고 밝혔다가, 17일엔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했다’고 수정했다.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군은 “통일부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은폐라고 지적해도 할 말이 없다. 안보 문제, 특히 북한과 관련한 문제는 솔직하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쓸데없는 의혹을 줄이고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일을 “잘못된 9·19 남북 군사합의 때문”이라며 9·19 합의 즉각 폐기를 주장했다. 지나친 정치 공세다. 경비 태세를 유지하는 것과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일은 서로 배치되는 게 아니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추진하면서도 경계엔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게 현 시기 우리 군의 주요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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