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8 18:15
수정 : 2019.06.1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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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피해자들이 증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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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피해자들이 증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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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 일부가 난민 신청자들의 면접조서를 조작해왔다고 한다. 18일 난민인권센터가 개최한 ‘난민 면접 조작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관련 주장들이 터져 나왔다. 앞서 법무부도 57건의 조서 조작 사실을 확인했다고 하니, 이들의 주장은 그만큼 신빙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난민 신청자들을 돕고 보호하는 업무를 맡은 국가공무원들이 자신의 소임과 정반대되는 행위를 일삼았다니 충격적이다.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면접조서 조작은 어감이나 맥락을 비트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난민 신청자가 신청서에 쓴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이 조서에 기록됐는데, 하나같이 난민 승인에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신청서에는 ‘쿠데타 반대 시위를 하다 체포된 뒤 신변 위협을 느껴 본국을 탈출했다’고 썼는데, 조서에는 ‘돈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적는 식이다. 신청자의 성별이 뒤바뀐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면접조서 조작은 공무원 개인의 잘못을 넘어 반인도적 행위라는 점에서 문제가 한층 심각하다. 정치적 억압을 피해 본국을 탈출한 뒤 한국을 찾은 이들에게 다시 한번 국가폭력을 가해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나 다름없다. 법무부가 조작을 확인한 57건 모두 난민 심사에서 탈락했다고 한다. 현재 피해자 가운데 2명은 직접 소송을 제기해 ‘난민 불인정 처분 취소’ 판결을 받았으며, 55명은 법무부가 직권으로 처분을 취소한 상태다.
그러나 법무부의 대처는 안이하고 무책임하기만 했다. 법무부는 난민센터의 진상조사 요구에도 제대로 된 전수조사를 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피해자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더구나 조서를 조작한 공무원들은 문책도 받지 않은 채 출입국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법무부는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징계 처분할 예정”이라고 한다. 허위공문서작성죄(형법 227조)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는 건 누구보다 법무부가 잘 알고 있을 터이다.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한국은 1993년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난민법을 제정한 나라다. 그러나 난민 인정률(3.9%)은 세계 평균(30%)의 10분의 1에 그치고, 난민 업무를 맡은 공무원이 앞장서 난민을 혐오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법무부부터 환골탈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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