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4 18:36
수정 : 2019.06.1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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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 조례’ 개정에 반대하는 홍콩 청년들이 14일 의회 구실을 하는 입법회 앞에서 ‘반송중’(反送中·중국송환반대)이라고 쓴 종이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16일 다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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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 조례’ 개정에 반대하는 홍콩 청년들이 14일 의회 구실을 하는 입법회 앞에서 ‘반송중’(反送中·중국송환반대)이라고 쓴 종이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16일 다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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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 조례’ 제정을 둘러싼 홍콩 시위 사태가 심상치 않다. 9일 홍콩 시민의 ‘100만 행진’에 불을 지핀 범죄인 인도 조례를 둘러싼 갈등은 12일엔 경찰과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로 비화해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조례안에 대한 입법회(국회)의 심의가 시민의 저항에 막혀 연기됐지만, 시민들은 다시 16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홍콩 당국도 조례 강행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어 충돌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미국이 ‘시위 지지’ 입장을 밝히고 나서고 중국도 ‘내정간섭 말라’고 발끈하면서, 이미 무역전쟁 중인 두 나라의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발단은 단순하다. 지난해 홍콩의 한 남성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피한 사건에서 비롯했다. 홍콩은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아 이 남성을 대만에 넘겨줄 수 없게 되자, 이를 계기로 중국과 대만, 마카오 등에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는 조례안 추진에 나선 것이다. 그러자 이 조례가 반체제 인사들을 중국으로 송환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결국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시민들의 우려는 중국의 법 집행 관행이 불투명하고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점에 비춰 타당성이 있다. 따라서 홍콩 당국은 조례 제정을 무작정 밀어붙일 게 아니라, 먼저 조례의 정치적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고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부터 얻어야 한다. 종교지도자들이 13일 “정부는 대중이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존중해야 하며, 대중과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견해 차이를 좁혀야 한다”고 촉구한 대목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시위대 해산 과정에선 홍콩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는 물론 타박상을 입힐 수 있는 고무탄과 빈백건(알갱이가 든 주머니탄) 등을 마구 발포해 수십명이 다쳤다. 이런 강경 진압은 시위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중단해야 한다.
미국 국무부는 “홍콩 정부가 제안한 개정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지한 걸 문제 삼긴 어렵지만, 이것을 최근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홍콩 당국과 중국 정부도 냉정하게 대처해 더이상 사태를 확산시키지 않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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