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6.13 18:52 수정 : 2019.06.14 14:33

윤종오 전 울산 북구청장이 지난 3일 구청 앞에서 ‘구상금 면제’를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윤종오 전 울산 북구청장이 지난 3일 구청 앞에서 ‘구상금 면제’를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윤종오 전 울산 북구청장이 구청장 재직 시절 지역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계 대형마트 허가를 반려한 일 때문에 살고 있는 집이 압류돼 경매에 넘어갔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가 온 가족이 거리에 나앉게 될 처지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윤 전 구청장은 2011년 코스트코 울산점이 들어서기로 한 건물의 건축허가 신청을 3차례 반려했다. 인구 17만명의 북구에 코스트코까지 들어서면 대형마트가 5개나 돼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버틴 것이다. 그러나 코스트코가 입점하기로 한 건물의 건축주가 행정심판을 냈고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가 2012년 직권으로 건축허가를 내줘 코스트코는 문을 열었다. 이후 건물주가 윤 전 구청장과 북구청을 상대로 건축허가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을 냈고 대법원이 2015년 3억6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윤 전 구청장 후임인 자유한국당 소속 박천동 전 구청장이 건물주에게 배상금과 이자·소송비용 등 5억6천만원을 지급한 뒤 윤 전 구청장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이 지난해 6월 4억6천만원의 구상금 판결을 내렸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동권 현 구청장이 구상금 청구에 나서 윤 전 구청장의 아파트가 경매에 넘겨졌다. 노동자 출신의 진보정치인인 윤 전 구청장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전재산이라고 한다.

이 지역 소상공인들과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지난해 11월 주민 1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구상금을 면제해달라”는 청원을 구의회에 발의했고 구의회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행정안전부는 북구청의 질의에 대해 “구의회 의결로 구상금 면제가 가능하며 지방재정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통보했고,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북구청에 구상금 면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북구청은 “윤 전 구청장에 대한 구상금 청구가 법령이나 조례에 규정된 면제 대상이 아닐 뿐 아니라, 주민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이 있어 어떤 의견을 수용하더라도 지역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지역 보수단체들은 북구청이 구상금 면제를 결정하면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압박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구청장이 지역 소상공인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소신 행정’을 펼친 대가가 전재산을 잃는 것이라면 너무나 가혹하다. 앞으로 어느 자치단체장이 힘없는 소상공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을 하겠는가. 북구청은 구상금 청구를 철회하기를 바란다.

대형 유통업체와 소상공인의 공존은 자치단체장에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칼에 해결할 수 없는 난제다. 정부와 국회가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여당의 ‘공정 경제’, 자유한국당의 ‘따뜻한 시장경제’가 풀어야 할 구체적인 과제가 바로 이런 문제다.

▶ 관련 기사 : 골목상권 보호하려 한 죄? 전직 구청장 집 경매 위기

▶ 관련 기사 : 울산 북구, 윤종오 ‘코스트코 구상금’ 어떻게 결론 낼까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